(2006.06.29)

 

お茶漬の味 오차즈케의 맛 ★★★★
감독 :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1903~1963)
imdb

이 영화는 오즈 영화치곤 카메라의 움직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봤자 슬금슬금 트랙킹 하는 정도지만. 남편에게 화가난 다에코가 집을 나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열차씬에서 보여주는 철교의 그 기하학적인 골격도 무척 이채롭습니다. 오즈의 영화에 삽입되는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빨래나 날아오르는 풍선처럼 대체로 서정적이고 정적인데 반해, 의도적으로 오래 삽입된 저 철교 장면은 묘한 긴장감과 불길함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도 그래요. 다에코를 연기한 코구레 미치요는 뭔가 오즈답지 않은 사건을 터뜨릴 것만 같은, 퇴폐적이고 표독스럽기까지 한 캐릭터였거든요. 요란한 꽃무늬로 장식한 그녀의 방도 불안감을 느끼게 할만큼 폐쇄적인 공간이었구요. 다다미 위에 무릎꿇고 앉아있는 대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다에코는 그런 포즈만으로도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불쾌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런 불쾌감은 오즈 자신의 시선이었는지도 몰라요. 오즈는 상류계급출신의 이 현대적인 여성이 남편의 그 소박하고 성실한 품성에 감화받고 매료되는 설정을 통해, 세태 변화에 대한 그 자신의 반감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사과하며 평소 안 차려보던 '밥상'을 준비하는 다에코의 눈빛은 얼마나 나긋나긋하던가요.

영화는 부부생활의 위기의 원인을 대체로 부인 다에코의 성격상 결함에서 찾는 듯 하지만, 한편으론 자식이 없다는 점 역시 그 원인인 듯 합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른 봄>의 젊은 부부 역시 자식이 없거든요. 오즈의 영화에서 어린 자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안정되고 평화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선 자식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오즈는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 부부가 화해한 후 야식을 챙기는 부엌씬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부엌 이곳저곳에서 밥이며 반찬 등을 찾아내며 즐거워하는 부부의 모습은 보는 저까지 흐뭇하게 만들만큼 행복해보였습니다. 된장에서 꺼낸 오이지(?)를 씻는 아내의 옷자락을 잡아주는 남편의 배려는 아, 감동이었어요.

남편은 "부부는 오차즈케의 맛이다"라고 말합니다. 오차즈케라... 그건 어떤 맛인가요? " '오차즈케'라 해서 우메보시(매실 장아찌 일종)를 얹은 밥에 일본식 녹차인 '오 차'를 붓고 고추냉이(와사비)를 첨가해 말아먹는다. 와사비의 톡 쏘는 맛과 오차의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과묵한 사무라이의 풍채를 지닌 사부리 신도 류 치슈만큼이나 오즈의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군요. 그 무뚝뚝한 얼굴로 실없는 소리를 해대면 무척 즐거워집니다. 이 영화에선 류 치슈가 꾀재재하게 해가지고 파친코 사장쯤으로 나오는데  그 장난스런 표정이 무척 재밌었구요.   (2004·05·31 12:55)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오차즈케의 맛 お茶漬の味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1952년, 116분, 흑백, 영어자막
<초여름>에 이어 오즈의 명콤비였던 노다 고고와 함께 완성한 전쟁 귀환 1호작. 완만한 템포의 유지를 위해 인물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전환 쇼트의 사용, 구성의 유쾌함, 정밀하고 추상에 가까운 화면 구성에 종속시킨 카메라 움직임 등 오즈의 특징적인 영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착실하고 검소하며 일밖에 모르는 남편 모키치 사타케를 바보 취급하는 다에코는 유한부인들과 함께 온천을 놀러 다니는 등 결혼 생활의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조카 세츠코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봉건적인 중매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회사원 노보루와 모키치와 어울린다. 다에코는 세츠코의 반항적인 모습에서 모키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와 다툰 뒤 집을 나와 친정으로 향한다. 이때 회사로부터 우루과이로 출장가라는 명령을 받은 모키치는 다에코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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