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春 이른 봄 ★★★★

Posted 2013.07.22 11:14
早春 이른 봄 ★★★★
감독 :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1903~1963)
http://imdb.com/title/tt0049784/

전에 본 적이 있는 영화입니다. 두 번째 본 것이지요. 티켓을 예매하기 전 간략한 시놉시스들을 다 읽었는데도 봤던 영화라는 것을 기억못한 거지요. 제 둔한 기억력 때문이라기보다 아시디시피 오즈의 영화가 워낙 그 얘기가 그 얘기인지라...

이 영화는 앞서 본 <お茶漬の味 오차즈케의 맛 >처럼 부부생활의 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お茶漬の味 오차즈케의 맛 >의 부부보다 젊고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요. 잘생긴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든요. 남편과 '금붕어'로 불리는 직장동료가 술을 마시다 키스를 하는 장면은 나름대로 쇼킹했습니다. 오즈 영화에 키스 장면이라니요! 영화사의 압력(?)이었을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남녀가 키스를 하자 곧바로 돌아가는 선풍기를 응시해버리는-패닝이 아니라 컷으로 장면전환을 하지요-  카메라는 그런 장면에 민망해하는 오즈 자신의 시선처럼 느껴져, 뭐랄까, 귀여운 느낌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쇼킹한 장면은 또 나와요. 그렇게 하룻밤의 외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살짝 안습니다. '섹스하다'의 완곡한 표현으로서 '안았다'가 아니라 포옹을 하지요. 이것 또한 오즈 영화에선 이례적인 장면이지요.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부부일지라도 엄격한 격식 같은 것을 지키며 서로의 몸에 손을 댄다든지 하지 않거든요. <오차즈케의 맛>에서 부부가 먹을 것을 챙겨 부엌에서 나올 때 아내가 남편의 옷자락에 살짝 손을 대는 장면은, 그래서 무척 다정하게 느껴졌던 거구요. 아내를 포옹하는 심리는 무엇이었을까요? 못다 채운 정욕? 아니면 미안해서? 그런 사소한 몸짓 하나로도 참 많은 감정이 표현될 수 있는 건 오즈 영화의 '절제'라는 맥락 덕분이겠지요.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 요란한 설정과 많은 대사는 사실 낭비일 수도 있는가 봅니다.

오즈는 완벽주의적인 통제력으로 영화공간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하다못해 소품으로 등장하는 술병의 라벨까지 일정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옥의 티 같은 장면이 몇 번 보이는군요. 가령 '728호' 사무실에서 나와 다른 사무실로 이동했는데 그 사무실도 '728호'였고, 마작인가 대작(對酌)인가 하는 테이블 밑에 놓여있던 모기향의 위치가 컷 전환후 바뀌어 있기도 했습니다. 저게 사실은 옥의 티같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연출이었을까요?

위기에 빠진 부부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샐러리맨의 애환과 그런 고단한 삶 자체에 대한 허무감을 묘사하는 데 영화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전 장관이었던 "일본 제일의 샐러리맨"의 초라한 말로에 관한 얘기를 하며 삶의 허망함을 얘기하는 그들의 모습은 달관이라기보다 체념으로 보이더군요. 그 쓸쓸함. 오즈의 영화가 묘하게 슬픈 건 저런 쓸쓸함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도 어김없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우선 주인공 부부의 어린 아들이 몇 년 전에 죽었구요, 죽음이 임박한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의 동료도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합니다. 다음날 그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남편은 놀라울만큼 무덤덤하게 그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죽음은 저렇게 삶의 한 구석에 자연스레 깃들어있으니 별스럽게 슬퍼할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에도 역시 이차대전의 기억이 스며있습니다. 남편이 참전전우회에 참석하여 술에 취해 군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겠지만, 한국 관객으로선 아무래도 좀 불편합니다, 저런 장면.

오즈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풍부한 유머로 관객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엄마, 속바지 내려갔어요."의 엉뚱한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혔어요!

남편을 유혹하는 그 매력적인 아가씨의 별명은 '금붕어'입니다. 버리지도 먹지도 못할, 처치곤란의 아가씨라나요.

일본인들은 참 편리한 사람들이에요. 헤어질 땐 당연하다는 듯이 전혀 어색함같은 걸 느끼지 않으며 '석별의 정'을 부르고 "한 번 더 부를까요?"라고 누가 제의하면 또 다 같이 합창하고...  (2004·05·31 12:56 )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이른 봄 早春
Early Spring
1956년, 144분, 흑백, 영어자막
결혼 8년째를 맞아 부부생활에 권태를 느끼던 회사원 스기야마 쇼지는 어느 날 샐러리맨들의 하이킹 모임에 갔다가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아름답고 쾌활한 가네코 지요와 사랑에 빠진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 마사코는 집을 나가는데..
‘결혼’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 영화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이른 봄>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가 아닌 결혼한 부부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다룬 작품이다. 이제까지 오즈가 주로 다루었던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 작품은 메이저 영화사인 쇼치쿠의 의견을 수렴해 관객 취향에 부합하는 일부 성적 문제가 가미된 멜로드라마로 탄생되었지만 여전히 오즈적 영화 스타일은 고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오즈는 이 작품에서도 일본문화 속에 깊이 존재하는 인생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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