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ant Gardener 콘스탄트 가드너 ★★★★
Directed by Fernando Meirelles
imdb    naver

<콘스탄트 가드너>나 <불편한 진실>같은 영화를 볼까말까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보고 나면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정치적 채무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영화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지금의 저처럼, 영화 잘 보고 자판이나 두들기는 짓은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라는 걸, 저부터가 잘 알고 있어요. 제길, 바로 이 기분 때문입니다. 아예 모른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제 생각만 할 뿐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극중 '테사'는 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요.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그런 상황이 개선되도록 직접 행동에 나섭니다. 결국 죽임을 당하지만. 온화하고 체제지향적인 그녀의 남편 저스틴도 진실을 대면한 후,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에 나섭니다. 이 영화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다가 그만 슬그머니 잊고 마는 제 자신이 그냥 부끄러울 따름이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은 안 부끄러운가요?

영화가 폭로하는 제약회사와 구호기관, 각국 정부간의 검은 커넥션은 충분히 상상가능한 일이고, 또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런 추악한 '장사', 한두번 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강렬한 정서적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는 설득력있는 프로파겐더 영화인 만큼이나 애절한 로맨스이기 때문입니다. 연인의 부재를 견딜 수 없어 자살까지 하고 마는 설정은 정통 멜로물에서도 드물잖아요, 요즘은.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사랑'은 부담스런 주제를 무게감을 덜기 위해 첨가한 양념같은 게 아닙니다. '사랑'은 저스틴이 위험한 음모를 끝까지 파헤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되었고 결국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누가 세상이 '바뀔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합니다. 이로써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은 인류애 차원으로 확장되고 그들의 비극에 어떤 숭고함을 부여합니다. 테사가 죽임을 당한 자리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저스틴의 뒷모습처럼 슬프고 가슴아픈 장면을 최근엔 본 기억이 없네요.

테사가 난잡한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초반의 의구심은 저스틴 뿐만 아니라 저까지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눈 앞에 아내/여주인공의 죽음이 있고 밖에선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인체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판에 아내/여주인공의 확신할 수 없는 '부정(不貞)'에 동요하다니... 같은 자괴감에 빠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질투와 분노에 휩싸이게 되더군요. 영화는 물론 그녀가 '결혼의 서약'에 충실했음을 '굳이' 밝혀 저스틴/관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줍니다. 만약 그녀가 그녀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다면 우리는, 적어도 남자 관객들은 테사의 희생과 저스틴의 사랑에 충분히 감동할 수 있었을까요?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전작  <시티 오브 갓>를 재밌으면서도 불쾌해하며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영화가 별볼일없는 자극적인 '액션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콘스탄트 가드너>는 정말 잊기힘든 강렬한 인상의 영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네요.

랄프 파인즈의 섬세한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레이철 웨이즈의 정열에 찬 연기도 멋집니다. 저 멋진 배우가 왜 <미이라>같은 헐리웃 영화에선 그따위 바보같은 꼬라지를 보여줬는지... (20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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