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7 03:52

로알드 달, 유명한 동화작가이지만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같아 조금 설명드리면... 1916년 출생한 영국출신의 소설가로 2차대전 때 전투기 조정사로 참전했다가 격추당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리메이크된 <찰리와 초코렛 공장>의 원작자이기도 하구요, <마틸다>, <제임스와 수퍼 복숭아>, <내 친구 꼬마 거인>등의 동화등을 썼습니다.

제가 로알드 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무료한 휴일, 집에서 빈둥대다 무료함에 지쳐 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틸다>라고 하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입니다. '이거 웃기네'하며 보기 시작한 그 '애들 영화'를 자세를 고쳐잡고 끝까지 보고 말았어요. 애들 영화임에 분명한데 어딘가 정상성에서 벗어난 듯한 해괴한 영화였거든요. 전직 투포환 국가대표였던 교장선생이란 작자는 초등학생들을 빙빙 돌려 담장밖으로 날려보내고, 천재소녀 마틸다의 부모들은 이를데없는 저속함과 천박함으로 무장하여 "TV를 보면 뭐든지 알 수 있는에 왜 쓸데없이
이나 읽고 있냐"며 마틸다를 구박합니다. 원작을 읽으니 더 가관이군요. 어른들의 유아학대에 대한 구체적이고 잔인한 묘사-가령 마리오 바바의 < Black Sabbath > 의 그 유명한 마녀처형기구를 연상시키는, 사방에 못이 튀어나와 있어 선 채로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처벌 방이라든지 체벌의 일환으로 아이의 귀를 잡아당겨 귀가 늘어나버린 장면이라든지-와 근친살인에 관한 언급, 차라리 '유기'에 가까운 부모들의  무관심 등, 아이들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제 자식이라면 읽히고 싶지 않은 이지요. 하지만... 위반의 쾌감이랄까요? 저같은 아저씨가 봐도 이렇게 신나는데 어린이들이 본다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잔인성과 위반의 쾌감으로 말하자면 <마녀를 잡아라>쪽이 더 심하군요. 가령 마녀가 아이들을 처치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성실하게 묘사되어 호러소설이라도 읽는 느낌이구요, 주인공 소년이 쥐로 변한 뒤 다시는 사람으로 변하지 못하는 결말도 꽤 신선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소년이 쥐로 사는 생활에 만족해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오히려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지요. 그 소년이 쥐인간은 기껏해야 9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다는 얘기를 듣고도,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인 늙은 할머니보다 일찍 죽게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여튼 두 권 읽었을 뿐인 로알드 달의 동화들은 어른이 읽어도 꽤 재밌는, 흥미로운 소설들이었습니다. 물론 로알드 달의 동화보다 자극적이고 반권위적이며 심오한 주제의식을 가진 '어른' 소설은 많지만, 동화의 외형을 띠고 이렇게 멋대로 이야기를 풀어나는 방식은 어딘지 통쾌한 맛이 있군요. 게다가 엽기로 일관하는 대신, 딜런 토마스의 시를 인용하고 영어권 고전들을 언급하는 장면에선 문학과 예술에 대해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꽤 교육적인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시간나면 한번들 읽어보시라...



Matilda 마틸다
Director:Danny DeVito
naver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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