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70 ★★★☆

Posted 2013.07.23 02:40
감독 : 최호
naver


<고고70>의 주인공은 70년대 활동했던 ''데블스''라는 실제 밴드입니다. 미미(신민아 분)가 이끄는 ''와일드걸 즈''도 ''와일드캣츠''라는 댄스팀을 모델로 했다고 하구요. 하지만 <고고70>은 실제 사건의 재현이나 당대의 정확한 고증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정도 실제와 차이가 있어요. 와일드캣츠는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데블스와 함께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나봐요. 미미는 기지촌 술집 부엌데기 출신에 상규(조승우 분)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며 졸졸 쫓아다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영화속에서 현란한 코믹 연기를 보여주시는 음악기자 이병욱( 이성민 분)과 결혼하였고 지금은 불교계열의 종교단체에서 활동도 하고 있다는군요. (둘 사이의 아들이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라고 합니다.) 당사자들은 <고고70>에서 자신들이 묘사되는 방식을 엄청난 모욕으로 받아들이나본데, 그거야 제작자들과 해결할 문제죠. 분명한 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때그시절 ''악사''들에 대한 관심과 나름의 존경이 생길 거라는 점입니다.

<고고70>은 뉴스릴 등을 사용해 암울했던 시대묘사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유신독재 시대 젊은이들이 느꼈을 답답함 이나 절망감은 충분히 상상이 가고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어졌지요. 하지만 그 답답함이 가령 막걸리집에서의 넋두리가 아니라 고고클럽이나 록 그룹의 공연장에서의 열기로 해소되었다고 본격적으로 주장하는 영화는 <고고70> 이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당시의 클럽문화나 록 씬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고고70>은 당시의 젊은이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고고70>은 단순명쾌합니다. 어 두운 시대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공연을 펼치는 밴드의 모습이 예측가능한 수순을 밟으며 묘사됩니다. 비천한 출발, 갑작스런 성공, 밴드 멤버간의 불화, 좌절, 의기투합, 마지막을 수놓는 화끈한 공연.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피상적이에요. 시대의 상 처는 갖고 있지만  그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령 상규가 입영통지서를 불태운 것은 한창 물이 오른 자신의 음악을 포기할 수 없어서지 체제에 대한 저항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아버지는 빨갱이였고 그때문에 어머니는 고생고생하다가 돌아 가셨다는 비극적인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물론 시대의 아픔에 예민해야만 락커의 자격이 있는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신독재의 시대에는 ''신나게 노는 것''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구요. <고고70>의 포부도 신나는 공연 을 보여주는 것 이상은 아니었을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고고70>은 <
도어즈>보단 <볼륨을 높여라>나 <풋루스>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일종의 동화였던 <볼륨을...>와 달리 <고고70>은 상당한 호소력을 갖고 있어요. 숨막힐 듯한 시대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몸짓에서 필사적이라 할만한 절박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그 절박함에는 부인할 수 없는 현재성이 느껴집니다. 물론 70년대와 오늘날의 상황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다르지도 않은 것 같아요. 대중의 평화로운 의사표현을 물대포와 폭력진압으로 억누르고, 젊은이들의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의 도구인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취업은 안 되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70년대와 크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까요? 독재체제 구축1) 에 공을 들이시고 토목경제의 유효성을 아직도 신봉하시고 홍대클럽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셨던 경력이 있는 지금 그 새끼랑 박정희가 겹쳐보이는 건 단순한 ''오해''일 뿐인가요?

런닝타임의 반 정도는 차지하는 공연 장면은 <고고70>의 가 장 큰 볼거리입니다. 각종 필터와 많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찍은 공연 장면들은 그 열기와 현장감이 확실히 전달됩니다. 조승우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음악 자체도 엄청 신났어요.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DVD 등으로 혼자 봤다면 아마 저역시 신나 게 고고댄스를 추었을 겁니다.

신민아는 캐릭터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바보같은데다가 연기도 좀 아슬아슬하더군요. 예, 압니다. 이쁘고 잘 빠졌죠. 그녀가 춤출 때는 저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어요. 

록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구호가 있죠. "One great rock show can change the world". 과연 그럴까요? 밤새 고고댄스를 추다 새벽 4시, 통금이 해제된 시간에 거리를 나선 젊은이들이 느꼈을 해방감은 그네들이 정치적 입장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요? 설마 그럴리가요. 박정희의 사고가 좀 더 유연해서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놓았다면, 정권 연장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요? 세월이 흘러도 그 유효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3S 정책, 29만원씨는 정녕 똑똑한 사람이에요.

영화는 대구 근처 왜관에 위치한 기지촌의 묘사로 시작됩니다. 미군들이 양공주를 옆에 끼고 돌아댕기지요. 예전엔 저런 장면에 매우 불쾌한 기분이 되었는데 이번엔 안 그렇더군요. 권력있고 재력있는 남자 주위에 여자가 모이는 건 술집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이 아니란 걸 이젠 저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건 여성에 대한 비하가 아닙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능력도 비젼도 없는 남자곁에 있어서 뭐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러다 혹 애새끼라도 생기면? 이화여대 등록금이 거의 900만원이라는데.

(20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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