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ling 체인질링 ★★★★

Posted 2013.07.23 02:50
Director:Clint Eastwood
imdb    naver   

진짜 아들을 찾기 위한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 분)의 노력이 부패한 권력에 의해 번번히 좌절되는 장면을 보면서, 전 '보지 말아야 할 영화를 보러 왔구나' 후회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제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감독이고 그의 영화는 언제나 100% 신뢰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체인질링>이 드러낼 어떤 진실이 무척 고통스럽고 잔인할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신경이 날카롭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요즘의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영화였어요.

크리스틴의 고난에 더욱 분노하게 되는 이유는, 부패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폭력성은 20년대 미국에서나 2009년의 한국에서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패하고 폭력적인 경찰, 진실을 왜곡하길 주저않는 전문가들, 권력의 입맞대로 왜곡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들, 그들에게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법체제. 2009년 우리의 상황과 놀라울만큼 닮아 있지 않습니까? 차이가 있다면 우리의 개신교는 <체인질링>처럼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는 점, 우리 사회에는 왜곡되고 편향적인 정보에 속아넘어가는 바보들이 <체인질링>보다 많다는 점, <체인질링>처럼 시위를 한다면 우리는 물대포와 경찰특공대를 만나게 될 거라는 점, 그리고 우리의 권력층은 <체인질링>의 그들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견고하게 연대하고 있어 <체인질링>에서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은 모든 종류의 권력에 내재된 본질적인 속성일 것입니다. 그게 정치적 권력이든 의학적 권위든 종교적 권위든 상관없이 말이에요. 그러한 속성이 야만적인 폭력으로 드러나지 않기 위해선 어떠한 권위든지 서슴없이 비판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들이지요. 앞으로는 더더욱 요원해질 것이구요. 안봐도 뻔한 수순을 밟으며 조만간 MB악법이 통과되면 우린 <체인질링>의 20년대 미국과 다를 바 없는 '민주사회'에서 살게 될테지요. 누군가가 정치권력에 대한 불만을, 그들의 불의에 대한 비난을, 생존의 요구를 외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정권의 '개'들이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탄압하고 죽음을 강요하는 세상! 그 곳에서 재벌언론은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멍청하고 탐욕스런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할테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은 저의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이 혜안을 가진 노인의 성찰을 담은 뛰어나고 놀라운 작품들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은 혹은 제가 발견하지 못한 그의 세계관에는 저로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수'를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존경할만한 보수'라는 개념 자체를 갖기 힘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좀 찾아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부시의 대통령선거 캠페인에 참가하기를 거부했으며 극우세력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고 하는군요. 그의 정치적 입장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미친 건 아니었군요, 다행히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30년생, 이순재보다 5살 형님이네요.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그가 죽으면 전 정말 통곡이라도 할 것 같아요.

단역이라 얼굴이 기억나진 않지만, 세발자전거 탄 여자애 중 하나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이라고 합니다. 96년생. 그러니까 우리나이도 67,8살에 자식을 본 것이군요. 허허... 뭐, 54살에 17살 먹은 여자애랑 결혼해서 73,4살에 마지막 아들을 품에 안은 Chapline의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기독교에서는 어떠한 죄인이라도 회개하면 죄의 사함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체인질링>의 연쇄살인범도 자신은 회개하였으니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거라 믿고 있구요. 참 속통터지는 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령 경찰특공대의 진압을 승인해 6명을 죽게한 김석기도, 광주에서 학살을 명령한 전두환이도,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 회개하면 천국갈 수 있겠군요! 뭐 이런 씨발스런 경우가 다 있나요? 한국의 있는분들, 가진분들이 교회로 모이는 것도 저런 교리 때문인가요?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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