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Posted 2013.07.23 02:52

마더 ★★★★

감독 : 봉준호

 

보는 내내 '영화, 정말 잘 만드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흠잡힐만한 건덕지가 하나라도 있던가요? 어떤 영화도 완벽한 만듦새로 찍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봉준호라는 이름이 제겐 거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수준의 신뢰감을 주는군요. 어여 <설국열차>도 완성해주시길...

 

먼저 보고 오신 제 어머니가 결말을 홀랑 말해주신 바람에 사건의 전말을 다 알고 갔습니다만, 직접 보니 모성애니 가족애니 하는 끈적거리는 단어가 더욱 징글맞게 느껴졌습니다. 모성이 갖고 있는 위험하고 비열한 일면을 목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경험이더군요.  <마더>가  <괴물>이나 <살인의 추억>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이런 불펀함 때문일 테구요. 가령 모성애를 여성의 삶을 옥죄는 굴레로 묘사했다면 비록 논쟁적일지언정 관객 입장으로선 좀 더 쉽게 수긍할 수 있을테지요. 하지만  <마더> 속 김혜자의 행동은 어떤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에 매우 불편해지는 종류의 것입니다. 일종의 신성모독이니까요. 모성은 윤리를 초월하는/할 수도 있는 신성한 본능이라는 생각이 많은 애미/애비/자식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웃기는 생각입니다. 본능에 '신성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다니! 신성한 식욕, 신성한 꼴림, ... 웃기잖습니까?

 

모성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이유는, 그 강한 울림 앞에서 당사자도 제3자도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자식을 위해 뭐든지 해야한다/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설득력을 갖는 것이지요. 기껏해야 자신과 남편의 유전자에 관계된 매우 사적인 이해관계일 뿐인데도 말이에요. 마치 개인의 생물학적 본능이 사회적 합의나 윤리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개인적 신념 혹은 이해관계를 절대화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떳떳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 등에서 고래고래 전도를 하는 개독교인들이나 노무현 영정사진을 전리품처럼 손에 들고 환하게 웃음짓는 북파공작원 패거리들같은 사람들요. 온정주의, 연고주의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데도 모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못한다는 점이 모성의 무서운 점입니다. 저처럼 누구의 애비가 아닌 사람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에요. 

 

제 어머니는 제가 원빈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죄값을 치러 마땅하"기 때문에 절대 도와주지 않으실 거라고 말씀하시네요. 투표때면 민노당만 찍으시고... 우리 어머니, 멋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원빈같은 얼굴에 '동네바보'라니... 열심히 노력했다는 건 알겠지만 역시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함들군요. 옛날 저희 '동네바보'는 저렇지 않았아요. 훨씬 못생겼고 더럽고 야비하고 위험했습니다.

 

너 엄마없니? 엄마없어? (200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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