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

Posted 2013.07.22 15:38

B7219-00.jpg

박하사탕 ★★★☆
이창동 1999  
naver

이 영화에 대한 최상급의 남발이, 당연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딘지 마뜩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수 없다. 설경구에 대한 이창동의 묘사는 묘한 구석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과거 파쇼정권의 개들에게 면죄부를 씌어주자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 순수했던 청년기 초입의 그 맑은 눈물로 끝맺음으로 인해 설경구가 겪었던 그 악몽의 역사가 그의 그 반인륜적 행동등의 변명이 될수도 있다는 불쾌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설경구는 이근안과 다르다.(아니, 혹 모른다. 이근안도 뭔가 상처입은 기억이 있어 그딴 개짓거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하지만, 이런식의 동정론은 합당한 역사적 단죄없이 편한대로 잊혀져가는 이딴 혐오스런 망각의 경향에 대한 아무런 경종이 될 수가 없으며, 공지영이나 최영미처럼, 그 매듭을 풀어야할 현재진행형의 역사적 사건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고 감상적이고 동시에 타자적인 입장에서,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회한에 젖게만 하려는 것 처럼 보이기 쉬운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에 기인한 반인륜적 범죄인지, 설경구처럼 뭔가 상처입은 바가 있는 범죄인지, 아니면 그저 타인에 대한 모욕을 즐기기 때문인 범죄인지의 여부는, 상처입은 사람이 용서하는 근거는 될 수 있지만, 상처준 사람이 변명하기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되는게 아닐까? 킬링 필드에나 비길만한 동족에 대한 야만적인 학살행위를, 단지 명령이었으니 내 알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80년 광주의 특전사 군인같은게 있다면, 우린 그의 역사관을 어디까지 용납해야하는가? 미 제국주의의 용병이 되어 남의 나라 내전에 명분없이 참가해 수천의 민중을 학살한 무슨 부대 따이한들의 한겨레21에의 항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권에의 야욕 때문에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겨누라고 명령내린 전두환 노태우 개새끼들이 사형은 고사하고 어딘가에 꼬불쳐둔 돈으로 지금 이 순간도 허허거리며 배 두드리고 있는, 이따위 역겨운 나라에서, 어떻게 함부로 용서니 그런 소릴 할 수 있는가?

보다 근본적으로, 고문경찰이라는 건 역사로부터 상처입은 사람이 가야만 하는 유일할 직업이 아니다. 자신의 은신처를 불지않아 고문으로 몇번이나 혼절하는 부모님을 보며 박정희 개파쇼의 몰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던 김지하(김어준처럼 "김지하의 왕자병" 운운할 수 있을 만한 도덕적 입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60세 이하중 누가 있는가? 왕자병은 김어준이다.)나, 분신한 아들을 껴안고 늦은 나이에 사회운동계에 뛰어든 어머니 이소선의 결심은, 어디까지나 성자적이란 말인가?

물론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설경구나 그 밖의 배우들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최고의 만족을 주는 영화였고...


...

우리의 최근대사에 대한 역사적 기억력은 기껏해야 20년인가? 전두환이를 멋지 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어찌 박정희를 두둔하는 사람은 어쩌자고 많은가? 그러니까 전두환정권의 개들이 갖고 있던 빨갱이의 신경계에 미치는 물고문의 효과에 대한 고문학적 지식이 정권유지에 획기적인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는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박정희는 민족을 사랑해서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차원에 입각해서만 정권을 유지했단 말인가, 만주에서 일장기를 가슴팍에 달고 천황의 영광을 위해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던 박정희가? 전태일의 죽음은 그 당시 노동상황이 이례적으로 청계천에서만 살인적이었기 때문인가? 하긴 앞으로 절대 공장같은데서 날품을 팔아야 할 일이 전혀 없을 우리로서는 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리얼하다 못해 역겨운 설경구의 고문장면이 분노를 자아내는건 그것이 <인간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모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가장 소중하고 근본이 되는 원칙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아니다. 모르는 놈도 있다.) 하지만 웃기는 일이다. 인간에 대한 모욕이, 정치가의 경우에는 백억원대의 기념관으로 찬사받고, 포스비상에서는 "천박함 속의 날카로움과 분석력"이라는 식의 찬사를 받곤 한다는 건... 그래, 어디까지나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 어디까지나 즐거울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 여자분도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도, 인간에 대한 모욕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머릿속엔 들어올 구석이 없다,는 건 새로운 깨침이었다. (2000/05/14)

'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Gladiator 글래디에이터 ★★☆  (0) 2013.07.22
Falling Down 폴링 다운 ★★★  (0) 2013.07.22
박하사탕 ★★★☆  (0) 2013.07.22
Shall We Dance? 쉘 위 댄스 ★★★☆  (0) 2013.07.22
The Butcher Boy 푸줏간 소년 ★★★★  (0) 2013.07.22
거짓말 ★★★  (0) 2013.07.22
« PREV : 1 : ··· : 342 : 343 : 344 : 345 : 346 : 347 : 348 : 349 : 350 : ··· : 37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