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media2013.07.23 02:22

 

2005·09·17 03:52

로알드 달, 유명한 동화작가이지만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같아 조금 설명드리면... 1916년 출생한 영국출신의 소설가로 2차대전 때 전투기 조정사로 참전했다가 격추당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리메이크된 <찰리와 초코렛 공장>의 원작자이기도 하구요, <마틸다>, <제임스와 수퍼 복숭아>, <내 친구 꼬마 거인>등의 동화등을 썼습니다.

제가 로알드 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무료한 휴일, 집에서 빈둥대다 무료함에 지쳐 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틸다>라고 하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입니다. '이거 웃기네'하며 보기 시작한 그 '애들 영화'를 자세를 고쳐잡고 끝까지 보고 말았어요. 애들 영화임에 분명한데 어딘가 정상성에서 벗어난 듯한 해괴한 영화였거든요. 전직 투포환 국가대표였던 교장선생이란 작자는 초등학생들을 빙빙 돌려 담장밖으로 날려보내고, 천재소녀 마틸다의 부모들은 이를데없는 저속함과 천박함으로 무장하여 "TV를 보면 뭐든지 알 수 있는에 왜 쓸데없이
이나 읽고 있냐"며 마틸다를 구박합니다. 원작을 읽으니 더 가관이군요. 어른들의 유아학대에 대한 구체적이고 잔인한 묘사-가령 마리오 바바의 < Black Sabbath > 의 그 유명한 마녀처형기구를 연상시키는, 사방에 못이 튀어나와 있어 선 채로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처벌 방이라든지 체벌의 일환으로 아이의 귀를 잡아당겨 귀가 늘어나버린 장면이라든지-와 근친살인에 관한 언급, 차라리 '유기'에 가까운 부모들의  무관심 등, 아이들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제 자식이라면 읽히고 싶지 않은 이지요. 하지만... 위반의 쾌감이랄까요? 저같은 아저씨가 봐도 이렇게 신나는데 어린이들이 본다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잔인성과 위반의 쾌감으로 말하자면 <마녀를 잡아라>쪽이 더 심하군요. 가령 마녀가 아이들을 처치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성실하게 묘사되어 호러소설이라도 읽는 느낌이구요, 주인공 소년이 쥐로 변한 뒤 다시는 사람으로 변하지 못하는 결말도 꽤 신선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소년이 쥐로 사는 생활에 만족해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오히려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지요. 그 소년이 쥐인간은 기껏해야 9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다는 얘기를 듣고도,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인 늙은 할머니보다 일찍 죽게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여튼 두 권 읽었을 뿐인 로알드 달의 동화들은 어른이 읽어도 꽤 재밌는, 흥미로운 소설들이었습니다. 물론 로알드 달의 동화보다 자극적이고 반권위적이며 심오한 주제의식을 가진 '어른' 소설은 많지만, 동화의 외형을 띠고 이렇게 멋대로 이야기를 풀어나는 방식은 어딘지 통쾌한 맛이 있군요. 게다가 엽기로 일관하는 대신, 딜런 토마스의 시를 인용하고 영어권 고전들을 언급하는 장면에선 문학과 예술에 대해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꽤 교육적인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시간나면 한번들 읽어보시라...



Matilda 마틸다
Director:Danny DeVito
naver   imdb

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21

 

 



2004·01·18 21:56

"...아내는 라틴어와 독일어와 화학과 물리학과 역사와 셰익스피어와 기타 사립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들을 알고 있었다. 아내는 찻잔을 제대로 잡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요리를 할 줄도 알았으며, 더욱이 사랑을 나눌 줄도 알았다.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푸짐한 상품과도 같은 존재였다..."

2005·05·15 13:35

전에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이라고 읽은 <숏컷>은, 이 소설집과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골라낸 것이거둔요. 레이몬드 카버의 bibliography에도 <숏컷>이란
이 없구요. 로버트 앨트만의 <숏컷>이 레이몬드 카버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고 뻥을 치던데,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Short Cuts 숏 컷
Director:Robert Altman
naver   imdb

 

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20

2003·09·21 11:30

... 그렇다. 나는 그제서야 알아들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언어, 예술,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는 이 노동자가 지껄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내게 분명히 전해져 왔다...

조르바는 분명 매력적인 인간입니다. 행동없이 머릿속에서 단어만 굴리는 지식인들을 비웃고, 국가라는 미명 아래 악행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애국심을 비웃고, 인생이 선사하는 쾌락과 희열의 순간 앞에서 머뭇거리는 알량한 윤리관을 비웃는, 이 정열적인 남자의 야수적인 매력을 과연 누가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그는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조르바에 여성관이 지독히도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애교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조르바가 회한섞인 한숨으로 고백하는 과거 그의 악행의 기록들까지 조르바라는 위대한 인간이 완성되기 위한 한 단계나 수순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카잔차키스 자신이기도 한 극중 화자는 인간 조르바의 매력에 취해 그의 죄많은 개인사까지도 '행동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는지 모르겠으나, 제겐 그런 화자의 태도는 문약한 자신에 대해 컴플렉스를 갖고 있던 지식인의 뒤틀린 가치관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조르바는 위대하고 자유로운 인간입니다. 그가 뱉어내는 말들은 지하철 안에서 저도모르게 킥킥대며 웃게 만들만큼 솔직하고 신랄했으며, 그가 하는 어떤 행동들과 용기는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행동으로 가득찬 조르바의 삶의 역정은 평범한 사람의 삶의 스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소설 속의 영웅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그의 삶의 어떤 에피소드들은 일반적인 윤리관으로는 용서하기 힘든 오점이 있고, 저 같은 소심한 남자는 그것때문에 조르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존경하기를 거부하고 맙니다.

 

 

 


Alexis Zorbas 희랍인 조르바
Director:Mihalis Kakogia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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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9

 

 

2003·07·29 22:58

숱한 비열한 행동들과 정서적 불안정, 성욕으로 점철된 방탕의 시기까지, 그의 삶의 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 후에도 베리만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거나 존경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그의 팬이고, 그의 자서전을 읽고 난 후에는 더욱 열렬한 팬이 된 듯합니다. 그의 영화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같구요.

연대기적으로 사실들만 죽~ 나열한 자서전이 아닙니다. 사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가는 모호한 묘사는 그의 영화의 한장면처럼 시각적이고 환상적이군요. 징그럽지만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그의 영화처럼, 그의 인생도 그러했습니다.

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8

 

 

22nd APRIL 2008

원제 The Black Dahlia (1987)

제가 읽은 건 오래전에 나온 시공사판인데, 요즘 새로나온 황금가지 이랑 옮긴이가 같네요.

집에 굴러다니던 것이 오래전부터 눈에 밟혔는데, 하도 공부하기가 싫어서 이 긴 을 읽어버렸습니다. 결론은... 두번 읽기는 싫지만 읽은 게 후회되지는 않는군요.

78년에 나온 인데 사건의 잔인함이나 감춰진 진실의 추하기가 요즘 못지 않네요. '블랙 달리아'로 불리우던 한 여성의 시체가 자기 인생을 바꿔버렸다고 소설속 화자는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다 읽고 나면 납득이 갑니다. 드 팔마 버전의 영화를 대충 훑어 보았던 탓에 누가 범인인지 대충 알고 읽었는데도 마침내 드러나는 추악함에는 치를 떨게 되는군요. 그런 설정들이 단순한 악취미가 아니라, 헐리웃 영화 산업, 혹은 자본주의에 병리적 징후라는 점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묘사되고 있구요. 한마디로 근사한 느와르입니다.

영화에선 Hilary Swank가 매들렌 역을 맡았던데, 그녀가 뛰어난 배우인 건 인정하더라도 이만저만 미스캐스팅이 아닙니다. 스칼렛 요한슨도 케이 역을 하기엔 너무 섹시하잖아요. 버키 역에 조쉬 하트넷은 또 어쩌자는 짓인지. 너무 잘 생겼잖아? 매들렌에 관한 결말도 소설과는 다른 것 같구요. 건성건성 보긴 했지만, 드 팔마 할아버지, 실망이에요.


The Black Dahlia 블랙 달리아
Director:Brian De P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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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8

29th MARCH 2008

<첫사랑, 마지막 의식>과 함께 주문한 이 책을 택배로 받아 보았을 때, 전 질려버렸어요.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라니... 이렇게 두꺼운 소설은 2005년도에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제 나름의 기준에 따라 문학사의 고전으로 평가받은 책이 아니라면 많은 시간을 들여 한꺼번에 읽어내야 할 장편소설은 거의 읽지 않거든요. 작가 소개말이나 인터넷 책소개에 따르면 이언 매큐언은 영미문학권에서 꽤 영향력있는 작가인 듯한데, 저로선 그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먼저 읽고 나선 <속죄>까지 산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어요. 최근 영화가 개봉하기도 해서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사면서 덩달아 산 건데,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썩 자극적이고 재밌기는 했지만, 근친상간과 강간, 신체절단이 묘사된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어낼만큼 제가 기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건 모두 오해였어요. <속죄>는 예전 고등학교 때 읽었던 <제인에어>나 <부활>처럼 가혹한 운명과 비극적인 사랑이 장중하게 펼쳐지는, 고전의 향취가 느껴지는 소설이었거든요.

대충 어떻게 소설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지만, 브로이니의 경솔함 때문에 로비가 모함에 빠지는 장면에선 명치끝이 저려오는 듯한 분노가 치밀기도 했었습니다. 로비와 세실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에 가슴 아파하기도 했구요. 두 연인의 운명에 2차대전이라는 문명의 몰락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두 연인의 비극이 인류의 비극으로 덮여지지 않았다면, 전 브로이니와 무자비한 운명에 분노하며 읽던 책을 집어던졌을 거에요. 고등학교 때 <테스>를 읽으며 그러했던 것처럼. 예, 저도 압니다. 이런 감상이 저같은 아저씨가 할 소리가 아니라는걸.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흥분해보기는 또 중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읽고 있자니, 나의 인생의 목적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같은 잊고 있던 망상이 다시 떠오릅니다.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것을 말하는 것이 타인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브로이니는 10대 초반의 불안한 정서를 가진 소녀이지만, 그런 오만에 찬 자의식은 연령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결함이잖아요.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그런 무감각한 폭력이 초래한 비극을 소설 속 2차대전에서,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숱한 야만들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근거없는 루머를 입에 담으며 함부로 타인을 평가하는 건 저의 못된 습관 중 하나입니다. 딱히 타인에게 잘못을 저지른다는 자의식도 없이 이루어지는 그런 무책임한 평가를 실제로 입에 담지 않더라도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천박한 행동이고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부끄러워지는군요.

전 아기를 매우 좋아히지만 어린이에 대해선 어떤 적의를 갖고 있었나 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어요. 10대 전후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을 때의 그 불편함이 사실은 그들의 무분별함과 비이성과 불안한 정서와 성마름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던 겁니다. 아이들은 무서워요. 사악하구요.

소설을 읽고 최근에 개봉했다는 <어톤먼트>(이런 병신같은 작명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무슨 덜 떨어진 스노비즘이랍니까?)를 대충 훑어봤습니다. 전 두루 인정받는 고전이 아니라면 원작보다 영화를 보는 편이 시간절약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톤먼트>는 <속죄>에 대한 사려깊은 해석이라고 찬사받는 영화인 것 같고, 해안가의 그 유명한 롱테이크나 물에 떠있는 세실리아처럼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은 영화이지만, 역시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많은 실패작들이 그러는 것처럼 가벼운 대사와 단순무식한 단순화로 원작의 행간을 상상하고 싶어하는 독자의 상상력을 짓밟아서가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간적 축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존재감이 별로 없는 로비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와는 달리 세실리아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변함없이 아름답구요. 인터뷰로 마무리짓는 결말부도 지나치게 설명조이긴 하지만, 그밖에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달리 생각나는 바도 없네요.

여튼간에 간만에 읽은 근사한 소설이었습니다. 요즘엔 웬만한 책은 읽고 팔아버리는데 이 책은 도저히 그럴 수 없네요. 일찌감치 팔아버렸던 <첫사랑, 마지막 의식>도 아까워졌습니다. 시간나면 그의 다른 소설들도 다 읽어볼 계획이에요.

그 두께만큼이나 가벼운, 예를 들어 옴니버스 구성의 일본 대중소설들에 빠져 계신 분들이나, 삶에 치여 소설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며 문학소년/소녀였던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술 마시고 옷 사입으실 돈과 시간으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잊고 있던 문학적 감동이 느껴지실 거에요,.



 

 

 


Atonement 어톤먼트
Director:Joe W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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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6

 

1st MAY 2008

겨우 여섯 명이 죽는 주제에 538 페이지라니, 이 무슨 낭비냐, 싶었지만, 읽어보니 확실히 그만한 두께에 충분히 값하는 소설이더군요. 결말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절망과 공포는 소설 전체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다만, 소설속 인물들이 느낄 '공포'의 정도는 확실히 공감이 가지만, 독자로서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폐허>가 공포소설로서 미흡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전 자꾸 프랭크 오즈의 영화 <흡혈식물대소동>이 생각나 소설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스콧 스미스의 前作 <심플 플랜>도 샘 레이미의 영화로 무척 재밌게 즐겼는데, <폐허>도, 뭐랄까, <심플 플랜>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이'가 부족한 듯 여겨지지만, 역시 근사한 공포소설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폐허>를 영화화해서 동명 제목으로 개봉했다는데,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는군요. imdb 평점도 별로고, 소설 속 사건 자체의 충격보다 인물들의 심리와 공포의 묘사가 더 중요한 소설인지라 제대로 영화화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군요.

여튼, 시간남는 호러소설팬들이라면 일독을 추천합니다

The Ruins 루인스
Director:Carter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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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5

WALL·E 월-E ★★★★
Director:Andrew Stanton
naver    imdb

이 애니메이션도 평이 워낙 좋아서, 어차피 보게 될꺼 한꺼번에 해치워버리자 싶어, 심야로 <다크 나이트>를 본 다음날 조조로 <월-E>를 보았습니다.

<월-E>에 대해 뭔가 꼬투리를 잡는 건 거의 부당한 처사입니다. 만약 <월-E>의 과학적 고증이 엉망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메마른 감수성은 주위의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가슴 설레도록 아름다운 장면들-우주에서 펼쳐지는 이브와 월-E의 댄스, 토성 고리의 얼음과 먼지들이 월-E의 손에서 흩어지는 장면...-과 놀라운 그래픽 기술, 쉴새없이 터지는 웃음과 적어도 지구인 90%는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메시지, 거기에 순도높은 로맨스까지 펼쳐지는데 어디서 감히 불평질이냐구요. 전 <라따뚜이>와 <니모...>, <토이스토리2>도 무척 재밌게 보았고 다들 굉장한 작품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픽사의 작품들 중 가장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건 <월-E>라고 생각힙니다. <다크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월-E> 역시 안 본 사람이 불쌍해지는 영화입니다. 어지간하면 극장 가서 보시길... 

안 그래도 요즘 가뜩이나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데다가, 꽤 어릴적부터 인류의 미래를 비관해왔던 저로서는, 지구를 떠나 700년 동안 우주를 떠돈 인류의 운명과 지구로 귀환한 이후의 삶에 대한 <월-E>의 낙관적인 전망에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월-E>가, 가령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부정하는 일단의 과학자들처럼, 모종의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에 봉사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아요. 그러기에는 <월-E>가 묘사하는 지구와 자본주의의 미래가 너무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두 가지 중대한 도전, 즉 '지속가능성'과, 노동력 착취 혹은 불평등한 부의 분배에 의한 정치적 불안이 모두 해결된다는,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가장 최선의 조건을 가정하고도 말이에요.
 
<월-E>에서 제공되는 정보만으로 정리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자본축적이 고도화된 미래의 지구는 BNL(Buy and Large)라는 하나의 거대 기업이 쇼핑몰에서 우주여행에 이르는 생활의 전 영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BNL은 정부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것 같아요. 우주로의 이주나 지구청소(?)가 모두 BNL에 의해 추진되는 듯합니다. 더불어 우주개척과 로봇공학의 발달을 통한 막대한 자원 확보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지속가능성이나 부의 분배라는 문제제기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적 유토피아가 실현된 거지요.

그런데 그 결과, 지구 전체가 쓰레기로 덮여버려 700년이 지나야 겨우 풀한포기 자랄 정도로 환경이 파괴되고, '소비자'들은 '권태조차 느끼지 못하는 돼지'로 퇴화해 버립니다. 자유의지의 작동없이 자본이 공급하는 감각적 쾌락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하는 저 궁극의 소비자들은, '매트릭스'에 포획되어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캡슐 속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어보이고, 그런 의미에서 <월-E>는 꽤 신랄한 자본주의 비판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 소비자들이 프로이드적 쾌락원칙을 극복하고 스스로 노동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월-E>의 결말은 전형적인 디즈니식 해피엔딩인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르크스적 노동관의 시대착오적인 재현같기도 해서 얼떨떨한 기분이 드는군요.

물론 현실의 소비자라면 지루해 하며 살아갈망정 노동의 삶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이미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잖아요? <매트릭스>의 Cypher의 경우처럼 자발적으로 '매트릭스'에 동화되겠다는 자의식은 없을지 몰라도, 현실세계에서의 부대낌 대신 다양한 미디어가 제공하는 감각적 쾌락-네트워크 게임부터 포르노까지-에 의식을 맡겨버리는 것이 우리 일상의 모습이잖습니까? 비약일지 몰라도, 현실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현실의 장에서 해결하는 대신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정치적 갈증을 해소하는 네티즌들의 경향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표의 행사가 몇백줄의 키보드질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져다 준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다들 어느 온라인 상에서 어떤 쾌락을 즐기고 계셨길래 지난 세 번의 선거 결과가 그모양그꼴이었냐구요. 인터넷만 한정해서 본다면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듯 보이는 정치세력들이, 현실세계에선 자신의 지배를 뻔뻔하고도 폭력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요즘의 살풍경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영화가 너무 잦았어요. 한동안은 보고싶어 미치겠는 영화가 없을 듯 합니다. 제발 제가 극장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말기를 기도해주세요, 저 이러면 안되거든요 씨발.  (2008.08.06)


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4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 ★★★★☆
Director : Christopher Nolan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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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에 쏟아지는 극찬들에 진작부터 몸이 달아있던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개봉 첫날 보러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크 나이트>는... 걸작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대부2>나 <스타워즈 5>와 경쟁한다는 야망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데, 저 두 영화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저는 물론이고, <다크 나이트>를 직접 보신 분들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 짐작합니다. <다크 나이트>가 저 두 영화, 아니 블록버스터라는 꼬리표를 달고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보다도 높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고요. 한마디로 엄청난 영화입니다.

제가 배트맨 시리즈, 심지어 팀 버튼의 <배트맨>조차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싶군요. 미국 수퍼히어로들이 나온 그 많은 영화들 중 그 어떤 것도 제게 '신기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가령 전 <엑스맨 2>가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은유를 품고 있다는 점은 기특해 하면서도 그런 은유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빈곤한 의미의 층위에 한심해 했습니다. 팀 버튼이 선악구분이 모호한 자아분열적인 배트맨을 스크린에 창조했다고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제겐 포스트모던 어쩌구하는 시대의 공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예술가의 감각만이 흥미로웠을 뿐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도 그 화려한 볼거리를 감탄하며 즐기긴 했지만 제겐 그냥 얄팍한 영화일 뿐이었어요. 악을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배트맨의 사연은 충분히 납득할만 했지만, 실제로 배트맨으로 활약하게 된 이후에 브루스 웨인의 고민들은 피상적으로만 그려질 뿐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만화 원작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중국 대륙 깊숙한 곳에 닌자양성소 같은 게 있다는 설정도 어이가 없었고 라스 알 굴 패거리의 논리도 전혀 전혀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가장 신경에 거슬렸던 건, 배트맨의 다양한 첨단장비들을 설명하기 위해 끼워놓은 설정이라는 혐의가 다분하긴 하지만, 지극히 선한 존재로 묘사된 아버지 웨인이 폭스를 수장으로하는 무기제조 부서를 운영했다는 점입니다. 고담시 안에서는 선량하고 존경받는 부자인척 하지만 사실 배트맨의 아버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종류의 인간인 '무기제조업자'이기도 했다는 거지요.

제가 <다크 나이트>를 가슴이 벌렁댈만큼 신나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있습니다. '선' 그 자체인 하비 덴트가 "The night is darkest just before the dawn. And I promise you, the dawn is coming." 라며 테러(악)와의 전쟁에서 다소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다는 뉘앙스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부시가 떠올라 무척 불편한 느낌이었습니다. 고담시에 거주하는 전 시민의 핸드폰 통화를 감청하는 배트맨의 장비는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의 이상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처럼 보였구요. 물론 <다크 나이트>가 이 어수선한 테러리즘의 시대에 어느 한쪽의 입장을 두둔하는 편파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를 해석함에 있어 미국 영화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도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나이트>가 고민하는 선과 악의 문제, 만연한 폭력과 그에 대한 자구행위의 정당성 같은 문제는, 블록버스터로선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만큼 진지하게 다뤄집니다. 영화속 인물들이 이러저러한 딜레마에 처해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결과들에 직면하여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심장을 휘벼파는 듯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가장 순수해서 가장 고통받게되는 하비 덴트의 운명은 보고있는 제 가슴이 다 먹먹해질만큼 가혹한 것이어서 소포클레스나 라스 폰 트리에가 연상되더군요. 놀라운 점은 이 절절한 사연들과 심각한 사유들이 트레일러가 공중제비를 하고 병원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는 돈지랄 스펙터클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거야 말로 <다크 나이트>가 개척해놓은 새로운 영토이고 아마도 꽤 오랫동안 <다크 나이트> 이외에는 도달할 수 없을 듯 하군요. 심지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음편 배트맨조차 <다크 나이트>의 성과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블록버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정점에 위치한 영화이니까요.  

<다크 나이트>에서 가장 스릴넘치는 부분은 바로 두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생사를 결정해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마저 없었다면 <다크 나이트>의 세계가 너무 암울하고 절망적이어서 블록버스터가 감당할 수 있는 비관의 한계를 넘어서겠지만, 전 그들의 도덕적인 선택을 현실감있게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조커라는 존재가 정녕 무서운 이유는, 그리고 하비 덴트의 급작스런 변화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악한 본성이 있고 적당한 상황에선 쉽게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살인/강도를 일삼는 죄수들도 사실은 선한 본성을 갖고 있다고 묘사하는 그 장면은, 일단 뭔가 안심이 되고 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세계관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구요. 무엇보다 결국 조커의 극단적인 사악함은 조커의 광기에 기인한 것일뿐,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인 것처럼 해석되어 버리잖아요. 전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공정택이 교육감이 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당신은?

흔한 오해와 달리, 배트맨 자신을 포함하여 고담시에서 누가 악당이고 누가 좋은놈인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요? 선량한 척하는 나쁜놈들을 법률적 판단이라는 미명하에 좋은놈으로 포장해주고, 좀 소란스럽지만 착한 사람들은 '정의사회구현' 들먹이며 나쁜놈으로 몰아가는 대한민국의 도덕적 상황은 고담시와는 다른 차원의 타락상을 보여주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조커는 투 페이스가 된 하비 덴트에게 대충 다음처럼 말하지요. "사람들은 내가 갱단이나 군인을 죽인다면 가만 있지만, 시장을 죽인다고 하면 공포에 떨며 혼란에 빠지지." 만약 조커가 바쁜 와중에 한국까지 왕림하신다면 어느놈부터 죽이려 들까요? 조커가 정치가, 가령 대통령쯤을 죽여주신다면 국민들이 공포에 떨며 혼란에 빠지게 될까요? 요즘같은 때라면 오히려 영웅취급 받게 되어, 조커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지지 않을까요?

히스 레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그는 어떤 영화제에서 어떤 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납득할만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가 연기한 조커는 정말 무섭습니다. 그가 조커 연기에 너무 몰입한 것이 자살의 한 원인이었을거라는 루머가 그럴듯해 보일 정도에요. 그 이상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놀라운 연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크 나이트>는 한 배우의 유작으로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렇게 뛰어난 배우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레이철 역의 매기 질렌홀은 아무리봐도 미스캐스팅입니다. 전편과 동일한 인물인데도 배우가 바뀐 것부터가 치명적인데다가, 매기 질렌홀은 좋은 배우이긴 해도 사실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는 아니잖아요? 아시아를 뒤흔든 섹스머신 진관희도 나오는데, 그 명성에 비하면 정말 안스러울 정도로 미미한 배역을 연기합니다. 한 0.7초 정도 나올까요. 잘 찾아보시길...

<다크 나이트>, 미국에선 기록을 갈아치우며 엄청난 흥행을 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선 힘들 것 같군요. 아마도 <놈놈놈>보다 적은 관객수를 기록하겠지요. 가령 앞서 말한 배 씨퀀스와 조커가 경찰청장 등을 살해하는 씨퀀스에서 보여준 평행편집의 긴장감, 잘 짜여진 추격씬, 빈틈없는 시나리오와 완벽한 캐릭터라이징 등과 비교해보면 <놈놈놈>의 만듦새가 얼마나 엉성한지 잘 알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블록버스터의 계절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보기엔 <다크 나이트>는 너무 무겁고 심각합니다. 보고나면 맥주라도 한 병 마시지 않으면 잠들기 힘듭니다. 영화 자체가 길기도 해서 보고나면 진이 다 빠져요.

경찰 중 한명이 결정적인 배신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어머니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랍니다. 명박이의 민영화가 착실히 성공한다면 저꼴 나겠죠, 우리나라도?

(2008.08.06)

Posted by Cocteau Ozu
movie/media2013.07.23 02:14
バトル ロワイアル 배틀로얄 ★★★☆
감독 : 후카사쿠 킨지
naver

꽤 오래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볼려고 본 게 아니라 일단 플레이를 시키니 도저히 끌 수가 없더군요. 다시 봐도 무척 재밌었습니다. 저 절묘한 설정과 당시로서는 꽤 수위높은 폭력장면 등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인데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당시엔 일본영화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아 알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엄청 호화캐스팅이군요. 키타노 타케시야 말할 것도 없고, <데스노트>의 후지와라 타츠야, 얼마전 '독도는 한국땅' 발언으로 홍역을 치루신 야마모토 타로, <킬 빌>의 쿠리야마 치아키, <박치기>의 타카오카 소우스케, 거기에 시바사키 코우와 안도 마사노부까지. <배틀로얄>에선 조연 수준이지만 지금이라면 다들 영화의 주인공을 꿰찰만큼 성장했군요. 특히 섹스를 미끼로 유혹하여 살인을 일삼던 여자애가 시바사키 코우였다니... 별 관계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동안 난 뭘했나, 같은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그 이쁘장한 여주인공역의 마에다 아키 정도가 빛을 못 본 거 같은데 <린다 린다 린다>에 드러머로 나온다는군요. 이거 아무래도 챙겨봐야겠네요.

<バトル ロワイヤルII 鎭魂歌 배틀로얄II 진혼가>은 애비가 잘 만들어 놓은 걸 자식놈이 망쳐버린 좋은 케이스지요. 자본주의의 탐욕이란... 돈좀 될만하면 뽕을 뽑으려는...

 (2008.08.05)

Posted by Cocteau O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