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X-Files: I Want To Believe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 ★★☆
감독 : Chris Carter
naver

전 <X 파일>의 팬이 아닌데도 이렇게 실망했는데, <X 파일>의 팬이 봤다면 얼마나 허무했겠습니까? 외계인이나 그림자정부나 뭐 그런 음모이론은 전혀 안 나옵니다. 극장이 아니라 TV물 한 에피소드 정도의 스케일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X-Files: I Want To Believe>이 관객에게 선사한 선물이 있다면 멀더와 스컬리가 한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 정도 일까요? 전 <X 파일>을 전혀 안 봤기 때문에 저 둘간의 관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침대를 쓰는 사이는 아니지 않았나요?

여튼간에 매우 썰렁한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울궈먹기.  (2008.09.02)

신고

金融腐食列島 呪縛 쥬바쿠 ★★★☆
감독 : 하라다 마사토
naver

금융관련 지식이 전무하여 내용 따라가는데도 벅찼습니다만...
저 재미없는 내용을 이만한 긴박감을 느끼게 연출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suites fetish... 여자들이 슈트입은 남자에 매력을 느끼는 심정을 이해하겠더군요.
검은 양복입은 성인남자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은 어떤 권력과 파워를 상징하는 듯해 뜬금없이 에로틱합니다.
아... 나도 슈트입고 싶어라...   (2008.09.02)





신고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
감독 : 류승완
daum

전 류승완의 영화를 <주먹이 운다> 이외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그의 장편영화를 <피도 눈물도 없이> 빼곤 모두 보았고, 그것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포함한 세 편을 극장에서 챙겨보았습니다. 어쨌거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있었던거죠. 보고나서 항상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저 역시 인터넷판 <다찌마와 리>를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닐만큼 재밌게 보았고, 이렇게 작정을 하고 오버하겠다는 한국영화는 또 처음인 것 같아서 꽤 기대했습니다, 이 영화.

영화 시작하고 30분 정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성치님의 <희극지왕>의 표절(?)임에 분명한 분비물씬을 제외하곤 관객들 대부분이 거의 웃지도 않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만 저는 내내 낄낄대며 신나했어요. 저 유치찬란함이라니. 게다가 임원희는 또 얼마나 "잘 생겼"던가 말이에요. 역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였습니다. 관객 중 몇명은 중간에 나가버리더군요.

하지만 내내 농담뿐인 영화를 99분동안 지켜본다는 건 좀 피곤한 일이었어요. 엉터리 자막이나 히치콕 영화의 음악처럼 초반엔 충분히 먹히는 장치들도 자꾸 나오니까 나중엔 민망해지구요. 아예 런닝타임을 줄이든지 아니면 서극의 <칼> 오마주처럼 좀더 이영화저영화짜집기에 집중했더라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비록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류승완 같은 사람이 꾸준히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뭔가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있고 해서, 극장표값이 아깝지는 않네요.

박시연은 어쩌면 저렇게 비정상적인 이목구비가 어쩌면 저렇게 이쁘단 말입니까?

저 뚱보, 어딘지 눈에 익는다 했더니 리쌍의 '길'이더군요.  (2008.08.28)

신고

The Midnight Meat Train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
감독 : 키타무라 류헤이 北村龍平
imdb    daum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버수스>를 무척이나 재밌게 봤고 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의 키타무라 류헤이 영화에 대해서는 실망반 안타까움반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분명 이런 허접한 영화 이상의 것을 만들 능력이 있을텐데...

게다가 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클라이브 바커를 호러의 거장으로 경배해 마지않아 왔어요. 그가 감독한 영화들은 대체로 후진 경향이 있지만 사실 <헬레이져>같은 걸작 하나만으로 님좀짱인듯 을 외치기엔 충분하잖아요? 게다가 국내에 출간됐던 그의 단편집 두 권은 제가 지금껏 본 호러소설 중에 가장 재밌었습니다. <헬레이져>의 세계를 활자로 옮겨놓은듯한, 피와 내장과 고통에 찬 비명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아름다움... 하긴 영화/소설/게임의 호러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누군들 클라이브 바커라는 이름에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여튼 그런 이유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나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호러영화답게 즐기기위해 상영시간도 밤 12시 근처로 예매했구요. (그 시간대가 티켓값이 싸기도 하구요.) 하지만 영화는 실망이었어요.

몇몇 장면들은 꽤 재밌습니다. 잘린 목이 데굴데굴 굴러가다 피를 뿜고 있는 쓰러진 자신의 몸통을 바라보는 시점숏 같은 거요. 하지만 그게 다에요. 원래 호러영화의 인물들은 바보같은 짓만 골라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드나잇...>의 경우는 그 도가 지나칩니다. 아주 병신같은 짓만 골라해요. 살인마가 같은 방에 있는 게 분명한데도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살인마의 가방을 뒤진다는 식이죠. 살인마와 지하철의 숨겨진 비밀에 빠져들어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 남자의 심리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난폭해져서 뜬금없이 애인과 과하게 터프한 섹스를 하는데 사실 그렇게 성욕이 항진될 아무런 맥락도 없거든요. 쟤가 왜 저런 행동을 하나 이해가 안 가기가 흡사 안병기표 공포영화 수준이었습니다. 기대하던 액션씬도 평범하기 이를데 없구요. 가장 실망이었던 점은 드디어 드러나는 식인괴물의 몰골이 몹시 초라했다는 점이지요. 원작 단편소설 속 식인괴물은 먹이(사람)를 갖다 바치지 않으면 도시의 존립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하고 위협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였다면, 영화 속 식인괴물은 그냥 허기진 기형아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괴물분장은 또 얼마나 조악하던지. 내가 그딴 괴물 볼려고 극장 간 게 아니거덩?

여튼 이렇게 길게 낙서를 할 가치도 없는 영화입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나름 평가가 좋은가 봐요. 재밌다는 평도 많고. 전 극장을 나오면서 키타무라 류헤이가 이 한 편으로 그냥 보따리 싸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2001년인가 나온 클라이브의 단편소설집의 한국어제목은 <한밤의 식육열차>였습니다. 저 강렬한 임팩트를 마다하고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같은 좆같은 제목을 달아놓은, 누굴 욕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수입업자, 어이가 없군요. 아니, 한국말은 말이 아니냐구. 미쿡거면 그냥 질질 싸는 얼빠진 인간들같으니라구.  (2008.08.27)

신고

Collateral 콜래트럴 ★★★★

Posted 2013.07.23 02:33
Collateral 콜래트럴 ★★★★
Director:Michael Mann
imdb    daum

정말 영화 잘~ 만드네, 감탄을 하며 보았습니다. 대도시 밤의 그 쓸쓸하고 위태롭고 나른한 분위기를 잡아내는 카메라, 근사한 대사들, ... 멋진 영화였어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Tom Cruise는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부당한 좋은 배우입니다. 한석규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거, 이 영화를 따라한 걸까요?

역시 영화는 돈으로만 찍는 게 아닐거에요. <콜래트럴>도 600억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개런티를 빼면 돈이 많이 들어갈만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저 돈 많이 쓰는 게 자랑일 뿐 정신없기만 한 한국영화들이 생각나는군요. <놈놈놈> 같은. 

제목 Collateral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2008.08.27)

 

신고

end scene (from <Mouchette>)

Posted 2013.07.23 02:31

 

 



가슴이 찢어질 거 같군요.
Robert Bresson 의 < Mouchette > 마지막 장면입니다.  (2008.08.19)

 

신고

 

 

Science des rêves, La 수면의 과학
Director:Michel Gondry
imdb

영화 자체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에서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분)이 고양이 옷입고 부르는 곡이랍니다.

Velvet Underground의 'After Hours'를 Jean-Michel Bernard가 편곡한 곡인가봅니다.

 



뮤직비디오가 아닙니다. 그냥 음악만 들어주시길...


if you rescue me I'll be your friend forever
나를 구해준다면 영원히 당신의 친구가 될꺼에요

Let me in your bed I'll keep you warm in winter
침대로 데려가 주세요 당신의 겨울을 따듯하게 만들어 줄게요

All the kitties are playing and they're having such fun I wish that could happen to me
즐겁게 장난치는 새끼 고양이들 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But if you rescue me I'll never have to be along again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은 없겠죠

Oh the cars drive so fast and the people are mean and sometimes it's hard to find food
차들이 너무 빨리 지나다니고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요 가끔은 먹을 것을 찾기가 어렵지요

Let me into your world I'll keep you warm and amuse
당신의 세상으로 날 데려가 준다면 당신을 따듯하고 즐겁게 해줄께요

All the things we can do in the rain
비가오면 우린 무엇을 하고 놀까요

If you rescue me I'll be your friend forever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영원히 친구가 되어줄께요

Let me into your bed I'll keep you warm in winter
침대로 데려가 주세요 당신의 겨울을 따듯하게 해 줄께요

Oh someday I know someone will look into my eyes
언젠가는 누군가 나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얘기할거란 걸 알아요

And say, "Hello, you're my very special kitten"
"넌 나에게 가장 특별한 고양이야"

So if you rescue me I'll never have to be along again
그러니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난 다시 외톨이가 되지 않을꺼에요

 

(2008.08.13)

신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감독 : 김지운
naver

아... 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이정도로 재미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제작비에, 정우성, 송강호, 이병헌을 데리고, 그 고생을 하면서, 그 멋진 배경으로 찍었는데도 영화가 어떻게 저 꼬라지가 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김지운, 쉽지 않은 일을 해냈어요!

영화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한껏 높아졌던 기대는 열차습격 씨퀀스가 지나면서 점점 지루함으로 바뀌더니 한시간쯤 흐르고 나면 내가 지금 이걸 왜 보고 있나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총질씬은 정신없기만 할 뿐 쟤네들이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고, 아마도 발로 쓰셨을 대사는 듣고 있으면 챙피해서 제 사지가 경직되는 것 같아져요. 송강호의 개그도 그다지 신통치가 않습니다. 송강호가 영화를 살렸다는 중평인 것 같은데 영화 꼬라지가 하도 그지같으니까 그나마 송강호가 눈에 띄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2시간 십몇분동안 딱 두번 웃었습니다, 피식~하고. 시나리오의 정합성도 약합니다. 송강호가 향하는 국경이 어디인지 어떻게 알고 다들 그렇게 모여든단 말입니까? 마지막 결투를 위해 그 장소에 알아서들 모여들거면 도대체 지도는 왜 필요했단 말입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실수로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셨다면, 아무리 지루해도 중간에 나와버리지는 마세요. 광야(?)에서 마적단이며 일본군이며 죄다 엉켜서 총쏘고 대포쏘고 지랄들을 하시는 후반부는 이전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스케일과 박진잠을 보여주고 있어 꽤 볼만합니다. 몸으로 떼운 과격한 스턴트와 정우성의 간지충만 총질도 근사하구요. 전반부의 지루함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거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작년부터 잔뜩 기대하던 영화여서 요 며칠 보러갈까말까 망설였는데 그 때문에 실망이 더 큰가 봅니다. 여튼간에 안 보셔도 지장없는 영화입니다. 남들 다 본다고 괜히 자기까지 시간낭비 돈낭비 할 필욘 없잖아요. 7천원으로 가족들이랑 집에서 수박이나 사다가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이 영화 소식이 궁금해서 오랜만에 <Film 2.0>을 사다 봤는데, 그 얇은 잡지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기사만 30페이지더군요. 다 읽지는 않았지만 대충 엄청난 역작인 것처럼 구라를 까는 기사였구요. 직업인으로서의 양심이 있으시다면 이 영화 거지같다는 걸 솔직히 고백하셨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다들 밥벌어먹고 사느라 고생하시는 거 아는데, 그럼 7천원씩 돈내고 영화보는 관객은 호구냔 말이에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끼리끼리 해쳐먹을려고 그냥 지랄들을...

아마도 천만을 돌파할 듯하다는데, 그만큼 영화보러온 관객 일반의 에티켓이 우리사회의 평균치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앞에 언년은 액정 불빛 환하게 밝히며 영화 내내 문자질을 해대고 옆에 세년은 영화 내내 지들끼리 목청껏 수다를 떨고... 명박이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한 게 이해가 가더군요. 저따위로 후진데다가 자기 생각밖에 안 하는 인간들이니...

혹시 결말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아래 스포일러 이하를 커서로 긁어보세요.

스포일러...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 되는 지도에는 석유가 매장된 곳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보물이 석유라는 건 영화 초반부에 대충 밝혀집니다. '시추'라는 단어가 사용되거든요.
마지막 결투에서 송강호와 정우성이 살아 남습니다.   (
008.07.22
2008.07.22
)

 

신고

그동안 본 영화들 (2008.07)

Posted 2013.07.23 02:11
1. Planet Terror 플래닛 테러 ★★★☆
directed by Robert Rodriguez
imdb    naver

동영상으로 본 걸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어서... 역시 두 번 볼 영화는 아니더군요.

로즈 맥고완, 어쩔겨, 저렇게 섹시해서. 로드리게즈는 좋겠어요. 이쁘고 섹시한 마누라 둬서. 역시 남자는 능력이야...

전 <데쓰 프루프>가 더 재밌었어요. 



2. Be Kind Rewind 비 카인드 리와인드 ★★★★
director:Michel Gondry
imdb    naver

전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재밌게 보기는 했어도 참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에는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네, 저도 압니다. 이 영화의 감동이 무척 작위적이고 내러티브는 정합성이 없으며 지독히 감상적이고 이 영화의 복고취향이 상당히 계산적이라는 걸. 하지만 예술적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고 그냥 재밌어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에 어느 영화팬인들 흐뭇해지지 않겠습니까?

잭 블랙, 언제나처럼 니가 짱먹어라.



3. Wanted 원티드 ★★★☆
Director:Timur Bekmambetov
imdb    naver

전 중국 무협영화는 그 개뻥에 실소를 금할 수 없어 -<와호장룡>을 제외하곤-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전혀 현실성없는 <원티드>의 액선장면은 무지 신나하며 즐겼습니다. 뭐랄까요... 설득력의 차이랄까요?  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몸짓이긴 하지만 <원티드>쪽이 더 그럴듯해보이잖아요? 더 폼나고.

영화의 결말은 의외로 어둡네요. 시종일관 실실 쪼개며 키득대는 거 보단 이쪽이 더 제 취향이긴 합니다만.

졸리여사의 매력은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마지막에 돌아가시는 장면은 한마디로 기냥 작살이었어요.

"What the fuck have you done lately? "



4. 깊은 밤 갑자기 ★★★
감독 : 고영남
naver

80년대 한국 공포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며 나름 무섭다는 소문을 달고 다니는 이 영화를 이제야 보았습니다...만 무섭긴 개뿔이... 제가 워낙 구린 화질로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유명한 엔딩장면도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냐, 싶고.

이기선의 백치미 넘치는 온몸연기에는 물론 감동했습니다. 저렇게 수술 안 한 얼굴이 훨씬 섹시하지 않나요, 요즘의 획일화된 얼굴들보단?

 

신고

天然コケッコ-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
감독 : 야마시타 노부히로
naver

일본 영화의 미덕이랄까요. 별다른 사건없이 흘러가는 소소한 일상을 과장없이 그려내면서도 어, 이거 재밌네,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원작이 아마 순정만화라는 거 같은데, 어찌보면 딱 소녀취향같기도 하지만,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은 그 자체로 어떤 '치유'의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세파에 찌든 저같은 아저씨에게는 말이죠.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 시골마을은 저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자연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생활이 아주 야생적이지도 않고, 조금만 의욕을 부리면 도시문명(?)의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생활말이에요. 저런 곳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는 얼마나 풍요로운 정서를 갖게 될까요?

제가 지금 기거하고 있는 청주집도 저런 시골의 모습에 조금 닮아 있습니다. 적어도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더랬어요. 청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영화 <짝패>에도 등장하는 성안길-까지 도보 10분 거리이지만, 동시에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절묘한 위치, 앞집 정원에는 꿩 부부가 놀고 있고, 조그만 텃밭에는 상추며 고추가 자라는...

그런데 막상 여름이 되고 나니, 이거 여간 곤욕이 아니군요. 우선 놀랍게도 아직도 '푸세식'인 화장실은 하루종일 구수한 똥내를 풍기고, 밤이 되면 엄청난 양의 모기들이 달려들고... 사실 딱히 불편한 건 저 두 개뿐인데, 저것만 해결되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참 만족스럽다고 생각됩니다. 두 달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서울에서의 생활, 사람과 상품과 유혹이 넘쳐나는 도시-물론 청주도 인구 50만의 꽤 큰 도시이긴 합니다만...-의 생활이란 게 얼마나 번잡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매미소리와 어린 조카가 마당에서 빨개벗고 뛰노는 소란이 얼마나 평화롭고 느긋한지, 여러분들은 아실랑가 모르겠어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누나네 식구들이 같이 살고 있는데, 누나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후 한달 생활비로 170만원을 덜 지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한 게 아닌가봐."라고 얘기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저 역시 인터넷으로 쇼핑만 안 한다면 돈 쓸일이 별로 없더라구요. 어머니가 어디서 그렇게 뜯어가지고 오시는지 온갖 나물들이 매일 식탁에 오르고 -무농약인지라 크게 자라지 못 했고 벌레가 갉아 먹은 곳도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피트니스센터를 대신하여 매일 뒷산으로 등산을 다니고, 에어컨 없이도 방에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한낮 무더위도 그런대로 참을만 하고...  

그런데도 전 이곳에 와서  '돈'과 어쩌면 '권력'같은 것에 대한 욕망이 그 어느때보다 더욱 강렬해짐을 느낍니다. 돈많은 분은 죄를 져도 무죄로 풀려나고 권력있는 분들은 없는것들은 팽개치고 있는분들 챙겨주기에 바쁜 요즘의 어이없고 살벌한 소식들은, 새삼스레 '그렇다면 나도 있는분이 되어주겠어' 같은 전의를 불태우게 만듭니다. 하루이틀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요즘처럼 노골적이고 뻔뻔하고 집중적으로 '지들끼리 다 해 쳐먹기'를 연출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나도 그 '해 쳐먹기'에 끼어들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저의 욕망은 지금 저의 상황에서는 건설적인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영화얘기를 하다가 이상한 소리만 하고 말았는데... <천연 꼬꼬댁> (일본어 제목을 해석하면 이런 뜻이라는군요.)의 가장 큰 흡입력은 주인공 카호夏帆에게서 나옵니다. 전에 어느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온 걸 보고 뭐 저런 귀여운 여자애가 다 있나 싶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냥 아저씨 가슴에 확 불을 질러버리는군요.

 

이 블로그 문 연 게 2006년 4월인데, 어느샌가 벌써 방문객이 20만을 넘어버렸군요. 뭡니까, 당신들.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블로그를 그렇게 많이 방문하고 말야...   (2008.07.18)

  

 

 

 

 

 



 

신고
« PREV : 1 : 2 : 3 : 4 : 5 : 6 : ··· : 3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