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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jpgMalèna 말레나 ★★★
Giuseppe Tornatore  2000
imdb    naver

애시당초 모니카 벨루치가 아니었다면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감정과잉 따위는 전혀 볼 생각이 안드는 종류의 것이다... 어린 숫컷의 성적 환타지라는 쓰잘데기 없는 소재를 뭔가 절망적인 전쟁상황과 연관지어 낭만, 애틋함 따위의 것들로 치장하려 혈안이다... 안봐도 모리꼬네인게 뻔한 감상적인 스코어는 비슷한 류의 통속극 씨네마 천국 풍의 분위기를 계속 조장하며 너저분하기만 할 뿐인 남정네들의 욕망에 뭔가 감상적인 면죄부를 씌어준다... 성장영화 같은 건 언제나 재수없을 따름이다, 특히 이런 식의 변명조의 영화는...

말레나의 인생유전은 어쩐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말레나는 자발적으로 창녀가 된 것이고 할머니들은 안 그런거지만, 한편 그녀들의 고난은 전쟁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할머니들은 망가진 당신들의 육신이 부끄러워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국 땅을 헤매시거나 혹 어렵사리 고향땅에 돌아갔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못했을 것이다. 왜놈에게 몸을 더럽혔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뭘 잘못했다고? 그렇다면 말레나 쪽은 어떠한가? 그녀는 남편도 잃고 아버지도 잃고 전시의 빈곤을 벗어날 길이 막막하여 창녀가 되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숫컷들이 가만 안놔두는 거다. 어쩌겠는가? 먹을 건 없고 난 너무 이쁘다! 때문에 무솔리니가 골로 가고 미군이 주둔하고 동네 아줌마 할머니 할 것 없이 모두 나와서 말레나를 죽도록 패는 장면에선 또 한번 굉장히 억울해진다. 아, 이쁜 것도 죄냐? 여성끼리의 연대 같은 것도 모르냐? 그날치의 가사노동(과 그 대가로 얻어쓰는 남편의 수입과 그들의 사회적 지위의 후광)이 준비되어 있는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 있다고, 혼자 사는 여자를 패대기 쳐도 되는 것이냐? 원인제공자는 남정네들인데 왜 그네들의 손찌검은 남편을 향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이딴 소리 해봐야 쓸데없는게 저 아줌마들은 5,60년전 사람들이고 그 당시에는 그 나름의 상식과 처벌방식이 있는 거라는 점이다. 리영희교수가 여자대하는 방식이 봉건적이라 해서 그를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에 찬 인생을, 그깟거,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망가진 인생이 강제징용 끌려가서 어디 다치고, 어쩌구 한 할아버지들의 인생보다 더 슬플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영화에서 전쟁이나 식민치하의 치욕을 장식하는 가장 무난한 클리쉐는, 많은 경우 왜놈의 혹은 양놈의 배 아래 깔려 엑스터시와는 전혀 거리가 먼 거부의 몸부림을 펼쳐보이는 젊고 순수한 여자들의 모습이다. 민족적,국가적 차원의 아픔이 여성의 질 안에 쏘아지는, 우리완 혈통이 다른 양놈이나 왜놈의 정액,이라는 식의 악몽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호주제 철폐, 군가산점... 오늘날의 많은 쟁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보수적인 남정네들도, 위안부에 관한 부분이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점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 무슨 관리에게 삿대질하며 분노하시는 사진을 보면 한결같이 피끓는 분노를 느낀다, 저런 씹어먹을 놈들! 위안부의 경력은 할머니들의 수치인 동시에 그녀들을 지키지 못한 남정네들의 수치인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은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고, 또 식민상황이었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두 고난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비극이지만, 그 비극성은 단순히 두 조건의 합이 아니라 두 조건 이상의 무엇을 의미하는 듯 받아들여진다. 요컨대 한국 처녀의 순결을 쪽바리들이 유린한 것이다!

할머니들의 인생이 종전 후에도 여전히 고난이었던 건 말할 것도 없이 45년 즈음 이 땅의 정조관념이 그녀들의 특수상황을 예외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45년 즈음의 사람들이 (자의든 불가항력이든 상관없이) 그녀들의 몸이 더럽혀졌기 때문에 위안부할머니들을 비난했듯이, 오늘날의 사람들도 그녀들의 몸이 더럽혀졌기 때문에 더욱 분노한다. 위안부로서가 아니라 강제징용 당한 후 그 노임을 받지 못한 억울함이라면 우리들의 분노도 지금과 같이 범국민적 차원일까?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은 그분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짓밟혔기 때문이지 왜.놈.들.의 배 밑에 깔렸기 때문에 더욱 치욕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강간당하는 여자에겐 그 강간의 상황이 일제치하의 왜놈에 의한 것이든, 평화상황의 이웃집 면식범에 의한 것이든 비참의 강도는 다를 바가 없는 것일텐데, 우린 쪽빠리들이 우리의 처녀들을 강간했다는 상황에서 행위의 주체(우리완 피가 다른 외국놈!)와 행위의 종류(식모살이 같은 것도 아니고 강간을!) 때문에 더욱 분노하는 것 같다. 민족적 존엄 같은 무지막지한 울림의 관념도 순결 어쩌구의 해괴한 자장을 벗어날 수 없고, 그렇게 수상하게 비틀어진 채 오늘날의 우리에게 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위안부의 사항을 페미니스트들의 제1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말까지 듣고 나면, 45년 말레나를 패대기 치던 남정네 혹은 여편네들과 오늘날의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인지 의아스러워진다. (2001/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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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6.06.27
1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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