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zu의 히로인 - 하라 세츠코 原節子
2남 5녀의 막내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여학교도 중퇴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있던 하라 세츠코가 여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요고하마 시립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구마가이 히사토라(熊谷久虎) 감독의 눈에 든 것이 계기가 되어서였다.
전쟁 전부터 청결한 미모로 스타로서의 부동의 위치를 얻었던 하라 세츠코는 훌륭한 가문의 양갓집 규수의 역할을 도맡아 함으로써 독보적인 이미지와 인기를 얻었다. 하라 세츠코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전기가 되었던 작품은 Ozu의 <늦봄/만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아머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속이 깊은 정숙한 여성으로 Ozu의 영화 속 히로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우리 청춘에 후회는 없다(わが靑春に悔なし)>에서는 반전활동으로 남편이 옥사하자 농촌으로 가서 시부모를 도와 마을 청년들의 민주화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신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딸, 전쟁 중에 남편을 잃은 며느리, 딸을 출가시키려는 과부 등 오즈의 영화 속에서 속 깊고 살뜰한 여성상으로 어필했다.
그녀가 전통적이고 정숙한 여성의 모습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토 다다오는 『일본영화 이야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봉건시대 이래 일본의 서민이 무엇보다 소중한 미덕으로 생각해 왔던 것은 부모에 대한 효행이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정부는 그러한 서민을 국가에의 충성심으로 결집시키기 위해, 천황을 일본인 전부의 부친이라고 가르치고, 충의와 효행을 하나로 결부시키려고 하였다. 충의가 부정되면 효행도 함께 부정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함께 가족과 효행, 결혼이 주제였던 Ozu 영화 속의 하라 세츠코는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부드러우나 나약하지 않고 쾌활하면서도 의지가 분명한 신여성상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쿠마다니 히사토라 감독의 <츄신구라>를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그녀는 26년간의 여배우 인생에서 107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2004년 2월에는 그녀가 21세 때 노기관사의 딸로 출연하여 청순미를 자랑하던 초기작 <지도 이야기>가 20년 만에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기도 하였다.
Ozu와 함께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