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fanato, El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
Director:Juan Antonio Bayona  
imdb    naver

영화는 무척 낯익은 설정들로 시작합니다. 귀신들린 집, 아이의 실종, 과거에 얽힌 비밀, ... 사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이런 낯익은 설정에다 공포효과를 노린 씬도 거의 없어서 무척 심심하게 전개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피가 튀기거나 하는 장면도 거의 없어, 헐리웃이고 한국이고 요즘의 고어취향에 비하면 <오퍼나지>는 우아하기 그지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입이 찢어진 할머니 얼굴 장면은 제작자인 Guillermo del Toro의 취향일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가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공명을 생각하면 심심한 앞부분은 전혀 낭비가 아니에요. 전 <링> 1편이나 <어두운 물밑에서>에서처럼 공포가 모성애와 결합하면 사족을  못 쓰는데 이 영화도 바로 그러합니다. 아들의 실종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는 부분에선 거대한 운명의 힘이랄까, 어미로서 느꼈을 비통함에 저또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후반부의 공포씬도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장면은 근래 보기 드물게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호러 장르의 팬으로서 전 애매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라면 그런 결말도 납득할만 하군요. 애초에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 자체가 애매해서, 아들 잃은 엄마의 정신분열로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거든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었던 '엑소시스트'의 견해도 말그대로 하나마나한 소리뿐이었구요. 때문에 엄마가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조로 영화가 끝났다면 영화 해석의 가능성의 폭을 스스로 좁히면서 이 영화 결말의 그 슬픈 정서를 많이 갉아 먹었을 거에요.

여튼 오랜만에 멋진 공포영화를 봤네요. 대만족.


아... 엄마역을 맡은 Belén Rueda,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그 몸매가 아주 그냥 볼륨감이 그냥... 역시 40은 넘어야 진정한 여성의 미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도대체 <오퍼나지-비밀의 계단>같은 바보같은 제목을 갖다 붙인 건 누구란 말입니까? 꼭 저 지랄로 영어를 갖다 부쳐야 뽀대가 난다고 믿는 얼빠진 놈들은 도대체 누구냔 말이에요.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낀 것은... 스페인어, 꼭 공부한다, 머지않아. 내년에라도 당장.  (200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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