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Man 아이언 맨 ★★★
Director:Jon Favreau
imdb    naver

전 극장 안의 불이 꺼지기 전부터 이미 <아이언 맨>을 삐딱하게 보려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개과천선한 군수회사CEO라니, 자기반성의 흉내를 내며 미국 패권주의를 옹호하는,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블록버스터를 예상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처음 생각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아이언 맨>은 미제 영화다운 한계를 오롯이 갖고 있는 돈지랄 영화일 뿐입니다.

<아이언 맨>은 미국 군수회사의 영업방침과 미국이 수행하는 군사작전에 대해 동의하기 힘든 두 가지 신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째,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경우에서 보듯이, 군수회사CEO도 자기 회사의 상품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그 야만적인 돈벌이를 포기할 거라는 나이브한 믿음입니다. 즉, 가장 악질적인 장삿군도 실상을 알게 된다면 그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리라는 거죠. 이걸 말이라고 합니까?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막대한 부를 쌓을 동안, 군수회사 경비도 아닌 CEO가 그 무기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화씨 911> 이후에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냐구요. 군수회사 CEO가 언제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었던 적이 있었나요? 그들이 알량한 인도주의에 입각해 그 막대한 부를 축적할 기회를 포기할 가능성이 정말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군수회사의 악마들에게 인간의 가면을 씌워주는 건 나치 정권하의 프로파겐더 영화처럼 부도덕한 수작입니다.

둘째, 미군이 중동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정의로우며 미군이나 미정부는 군수회사의 검은 거래와 무관하다는 믿음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자기의 비즈니스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 계기는 그의 무기가 "평화를 지키는" 미군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게(!), 중동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한 사건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중동의 테러리스트에게 불법으로 거래되는 무기를 파괴하려고 계획하기도 하구요.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그 무시무시한 무기가 미군에 의해 민간인을 살상하거나 미국의 패권을 확대/연장하기 위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정녕 지구 위에서 폭력이 사라지길 바란다면 미국이 테러리스트 소굴이라 지목한 장소의 미사일만 파괴할 게 아니라, 자신이 세운 군수공장부터 파괴해야 하는 게 좀 더 본질적인 해결책 아닐까요? 사실 아이언 맨이 그 마을을 파괴한 것은 미군이 수행해야할 군사작전을 대신 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맨은 결국 미군의 용병-훈련상황 운운하는 군부의 암묵하에 자신의 편협한 정의감을 충족할 기회를 보장받는-에 불과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아이언 맨>은 군수회사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가 미국 정부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그런 불법거래의 방지에 관여하는 "대테러 어쩌구"하는 조직을 운영할만큼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화씨 911> 이후의 관객들이 이런 설정을 현실감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렇듯 <아이언 맨>은 군수산업을 둘러싼 살육과 돈벌이가 군수회사에만 관계되었을 뿐, 미국 정부나 미군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묘사함으로써, 자기반성적이기는 커녕, 이전의 숱한 블록버스터 영화-가령 <헐크> 등-보다 더욱 보수적인 정치관을 숨기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언 맨>은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을 듬뿍 담고 있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3단계에 걸쳐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도 흥미롭고 영화 곳곳의 유머도 잘 먹힙니다. 마지막 아이언 뭉거와의 대결도 헐리웃 자본의 규모와 CG 기술력에 감탄하게 만드는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고 있구요. 하지만, 동시에 자기반성의 흉내를 내며 모종의 현실을 왜곡하는 짜증나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영화 마지막에 토니 스타크는 놀랍게도 자신이 바로 '아이언 맨'임을 언론에 발표합니다. 앞으로 그가 어느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할까, 생각해보면 앞날이 좀 암담해지는군요. 부시만으로도 힘든데 말이에요.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한 비서역은 정말 시대착오적이군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저렇게 헌신적이고 자기의사가 없는 마네킹 같은 캐릭터가 요즘 영화에도 등장한다니... 토니 스타크의 경호원 중 한 명으로 나왔던, 꽤 얼굴이 익숙한 그 배우가 바로 감독이었군요.

(200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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