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然コケッコ-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
감독 : 야마시타 노부히로
naver

일본 영화의 미덕이랄까요. 별다른 사건없이 흘러가는 소소한 일상을 과장없이 그려내면서도 어, 이거 재밌네,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원작이 아마 순정만화라는 거 같은데, 어찌보면 딱 소녀취향같기도 하지만,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은 그 자체로 어떤 '치유'의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세파에 찌든 저같은 아저씨에게는 말이죠.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 시골마을은 저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자연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생활이 아주 야생적이지도 않고, 조금만 의욕을 부리면 도시문명(?)의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생활말이에요. 저런 곳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는 얼마나 풍요로운 정서를 갖게 될까요?

제가 지금 기거하고 있는 청주집도 저런 시골의 모습에 조금 닮아 있습니다. 적어도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더랬어요. 청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영화 <짝패>에도 등장하는 성안길-까지 도보 10분 거리이지만, 동시에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절묘한 위치, 앞집 정원에는 꿩 부부가 놀고 있고, 조그만 텃밭에는 상추며 고추가 자라는...

그런데 막상 여름이 되고 나니, 이거 여간 곤욕이 아니군요. 우선 놀랍게도 아직도 '푸세식'인 화장실은 하루종일 구수한 똥내를 풍기고, 밤이 되면 엄청난 양의 모기들이 달려들고... 사실 딱히 불편한 건 저 두 개뿐인데, 저것만 해결되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참 만족스럽다고 생각됩니다. 두 달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서울에서의 생활, 사람과 상품과 유혹이 넘쳐나는 도시-물론 청주도 인구 50만의 꽤 큰 도시이긴 합니다만...-의 생활이란 게 얼마나 번잡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매미소리와 어린 조카가 마당에서 빨개벗고 뛰노는 소란이 얼마나 평화롭고 느긋한지, 여러분들은 아실랑가 모르겠어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누나네 식구들이 같이 살고 있는데, 누나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후 한달 생활비로 170만원을 덜 지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한 게 아닌가봐."라고 얘기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저 역시 인터넷으로 쇼핑만 안 한다면 돈 쓸일이 별로 없더라구요. 어머니가 어디서 그렇게 뜯어가지고 오시는지 온갖 나물들이 매일 식탁에 오르고 -무농약인지라 크게 자라지 못 했고 벌레가 갉아 먹은 곳도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피트니스센터를 대신하여 매일 뒷산으로 등산을 다니고, 에어컨 없이도 방에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한낮 무더위도 그런대로 참을만 하고...  

그런데도 전 이곳에 와서  '돈'과 어쩌면 '권력'같은 것에 대한 욕망이 그 어느때보다 더욱 강렬해짐을 느낍니다. 돈많은 분은 죄를 져도 무죄로 풀려나고 권력있는 분들은 없는것들은 팽개치고 있는분들 챙겨주기에 바쁜 요즘의 어이없고 살벌한 소식들은, 새삼스레 '그렇다면 나도 있는분이 되어주겠어' 같은 전의를 불태우게 만듭니다. 하루이틀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요즘처럼 노골적이고 뻔뻔하고 집중적으로 '지들끼리 다 해 쳐먹기'를 연출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나도 그 '해 쳐먹기'에 끼어들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저의 욕망은 지금 저의 상황에서는 건설적인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영화얘기를 하다가 이상한 소리만 하고 말았는데... <천연 꼬꼬댁> (일본어 제목을 해석하면 이런 뜻이라는군요.)의 가장 큰 흡입력은 주인공 카호夏帆에게서 나옵니다. 전에 어느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온 걸 보고 뭐 저런 귀여운 여자애가 다 있나 싶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냥 아저씨 가슴에 확 불을 질러버리는군요.

 

이 블로그 문 연 게 2006년 4월인데, 어느샌가 벌써 방문객이 20만을 넘어버렸군요. 뭡니까, 당신들.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블로그를 그렇게 많이 방문하고 말야...   (200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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