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dnight Meat Train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
감독 : 키타무라 류헤이 北村龍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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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버수스>를 무척이나 재밌게 봤고 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의 키타무라 류헤이 영화에 대해서는 실망반 안타까움반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분명 이런 허접한 영화 이상의 것을 만들 능력이 있을텐데...

게다가 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클라이브 바커를 호러의 거장으로 경배해 마지않아 왔어요. 그가 감독한 영화들은 대체로 후진 경향이 있지만 사실 <헬레이져>같은 걸작 하나만으로 님좀짱인듯 을 외치기엔 충분하잖아요? 게다가 국내에 출간됐던 그의 단편집 두 권은 제가 지금껏 본 호러소설 중에 가장 재밌었습니다. <헬레이져>의 세계를 활자로 옮겨놓은듯한, 피와 내장과 고통에 찬 비명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아름다움... 하긴 영화/소설/게임의 호러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누군들 클라이브 바커라는 이름에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여튼 그런 이유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나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호러영화답게 즐기기위해 상영시간도 밤 12시 근처로 예매했구요. (그 시간대가 티켓값이 싸기도 하구요.) 하지만 영화는 실망이었어요.

몇몇 장면들은 꽤 재밌습니다. 잘린 목이 데굴데굴 굴러가다 피를 뿜고 있는 쓰러진 자신의 몸통을 바라보는 시점숏 같은 거요. 하지만 그게 다에요. 원래 호러영화의 인물들은 바보같은 짓만 골라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드나잇...>의 경우는 그 도가 지나칩니다. 아주 병신같은 짓만 골라해요. 살인마가 같은 방에 있는 게 분명한데도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살인마의 가방을 뒤진다는 식이죠. 살인마와 지하철의 숨겨진 비밀에 빠져들어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 남자의 심리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난폭해져서 뜬금없이 애인과 과하게 터프한 섹스를 하는데 사실 그렇게 성욕이 항진될 아무런 맥락도 없거든요. 쟤가 왜 저런 행동을 하나 이해가 안 가기가 흡사 안병기표 공포영화 수준이었습니다. 기대하던 액션씬도 평범하기 이를데 없구요. 가장 실망이었던 점은 드디어 드러나는 식인괴물의 몰골이 몹시 초라했다는 점이지요. 원작 단편소설 속 식인괴물은 먹이(사람)를 갖다 바치지 않으면 도시의 존립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하고 위협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였다면, 영화 속 식인괴물은 그냥 허기진 기형아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괴물분장은 또 얼마나 조악하던지. 내가 그딴 괴물 볼려고 극장 간 게 아니거덩?

여튼 이렇게 길게 낙서를 할 가치도 없는 영화입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나름 평가가 좋은가 봐요. 재밌다는 평도 많고. 전 극장을 나오면서 키타무라 류헤이가 이 한 편으로 그냥 보따리 싸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2001년인가 나온 클라이브의 단편소설집의 한국어제목은 <한밤의 식육열차>였습니다. 저 강렬한 임팩트를 마다하고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같은 좆같은 제목을 달아놓은, 누굴 욕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수입업자, 어이가 없군요. 아니, 한국말은 말이 아니냐구. 미쿡거면 그냥 질질 싸는 얼빠진 인간들같으니라구.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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