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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The Annabel Chong Story 애나벨 청 스토리 ★★★
Gough Lewis  1999  

영화 앞부분에서, "251명의 남자와 10시간 동안 섹스를 하는 것과 한 남자와 10시간 동안 섹스를 하는 것이 뭐가 다른가?"라며 그 억지미소를 지으며 꺅꺅 거리는 애나벨 청의 그 자신만만함은 차라리 멋지기까지 했다. 이건 정말이지 도발적인 문제제기이다.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무슨 이유에서건 이 여자를 인간 아닌 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을만큼 가치관 같은게 확실한 사람을 제외하고, 특히 자칭 페미니스트거나 성적으로 진보적임을 자처하던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대답해보자. 당신은 그녀의 말을 긍정할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의 딸이, 부인이, 하다못해 기냥저냥 아는 여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그런 식의 행동을 한다면( 251명이 많다면 뭐 25명쯤으로 하자.) 그걸 감당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사실 영화를 보기전에 그녀에 대한 나의 입장은, 멋진여자군! 이었다. 성욕은, 그것이 남자의 것이든 여자의 것이든 전혀 챙피할게 없는 본능이고, 우리를 짓누르는 많은 금기들과 감시의 눈초리들은 뭔가 사회질서와 미풍약속 어쩌구 하는 미명 아래, 개개인의 상상력을 억압할 뿐인 것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고, 따라서 뭔가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획득하기 위한 대결의 장에서 성에 관한 담론들이 그다지도 격렬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자율성 같은것들이 그만큼 억압당하고 있기때문이라는 방증이 되는거라고 생각했었다. 라이히가 오버는 했지만 프로이트의 문화이론보다는 오히려 진리치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녀자신이 초반부의 그 당당함(물론 끊임멊이 오버하는게 어딘지 불안해보이긴 했지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포르노스타로서의 삶을 dignity를 잃어버린 것으로 파악하면서 눈물의 후회(?)를 하고야 만다. 맛간 녀의 생지랄 같은 걸로 파악하고 싶으신 분들도, USC 라는 뭔가 굉장해보이는 그녀의 학력과 페미니즘 어쩌구 하는 그녀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듣는다면 미친년 쯤의 서슴없는 판단을 내리기도 머뭇거려지지 않을까 싶다.( 한 인간의 학력이 그인간의 행위의 진지성,성실성 같은걸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역겨운 오만은 나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시사회에서 그녀를 직접 보았다는 사람에게 내가 맨 처음 물은 말이 "그여자 똑똑한거 같긴하디?"였다는 것은 두고두고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하다못해 251명의 "이기적인" 남자들을 배위에 올려놓고 짓는 그 표정조차 엑스터시의 그것인지 통증의 그것인지 애매모호하다. 혼란해진 머릿속을 편한대로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그녀의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는 그녀가 처해있는 사회적 조건에 기인한것은 아닐까? 한남자가 10시간동안 251명의 여자와 섹스를 하는, 물론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이벤트가 끝난후, 그 남자도 자신이 dignity를 잃었다고 눈물을 흘릴까? 물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녀의 후회보단 덜하지 않을까 싶은게, 몇명이랑 잤느니 몇시간동안 했느니 어쩌느니 하는걸 자랑이라고 떠들어대는 종마들이 저 내무반 같은데(뿐이겠냐마는...) 득시글하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성욕과 그 추구의 영토에서의 남자들의 독점은, 여자가 시도하는 성욕에 대한 어떠한 정공법적 이의제기와 도전도, 결국 자신들의 성욕을 채우기위한 색다른 시도같은 걸로 파악하는 아둔함과 오만함이라는 징후로 나타나기 때문에, 애시당초 실패가 노정된 길이라 생각된다.( 뭐 경우가 다르겠지만 예컨대 무슨 페미니스트들의 무슨 이유에선가 누드시위에 대한 해외토픽같은 것들이 정녕 목적하는 바가 그 시위의 이유와 동일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거기다 이번엔 300명! 어쩌구 하며 애나벨 청의 선구적(?)인 시도와 혹 모를 도전적(?) 정신을 제깍 돈벌이화 하고야마는, 그 강렬한 식욕의 자본주의 어쩌구 같은거 까지 생각해보면, 그런 불가능한 여건에서 저런 황당한 짓을 하는걸 보면 저여자 기냥 막사는 여자일뿐이지 않을까, 그런 결론을 내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인대로 충격적인 영화다. 뭔가 다큐같은것엔 낯선 눈으로써도 몇몇 장면은 이게 아닌데... 싶은 기분도 들고(예컨대 그녀의 집 화장실 수건에 perfect home이란건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거...), 자막도 엉망이지만, 야하다기보단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그녀의 갱뱅 자체보다 그 의도를 더욱 이해하기 편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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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청은 그 섹스 이벤트 전후해서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적을 두고 지 하고 싶은 공부하며 잘 지낸다. 그녀의 직업에대한 편견이나 그에 따른 불이익도 없어보인다. (내가보기엔) 단순한 의문제기일 뿐인데 그에 대해 무슨 위원회같은걸 소집해서 뭔가 징계를 내리는 식의 (내가 보기엔) 웃기지도 않는 헤프닝과는, 물론 전혀 다른 성질의 일일 것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대.학.이란 곳이 뭐하는 곳이고 무엇까지 할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인식과 동의의 차이일텐데, 어쨌거나 남조선의 이 자랑찬 연구중심대학에선 (내가보기엔) 저런 초등학교틱한 징계와 훈육과 학생관과 무엇보다 감시체계가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수 없다!!! 이런 체계라면 적어도(제적때문에라도) 에나벨 청같은 맛간녀는 절대 안나올 것임에 틀림없다는 점에서 완벽한 학업풍토라 할만하다는 생각이다.

ps. 이런 시덥잖은 글을 쓰고도 뭔가 후환이 두려운것은 어디까지나 피해망상일 뿐이라고 자기암시가 필요한 곳인가, 이곳은... 그런 생각이 드는군... --  (20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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