極道三國志 不動 극도삼국지 후도 ★★★☆
감독 미이케 다카시 1996

이 재밌는 걸 혼자서 봐서 죄송합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앞으로도 이 영화를 보게 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이케 다카시는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인데다 우리나라의 심의 기준도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한 십 년쯤 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영화를 DVD(그때쯤이면 VHS는 역사속 유물이 되겠지요)나 다른 어떤 차세대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이 영화가 국내에 수입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군요. <비지터 Q>나 <오디션>, 혹은 시리즈 같은 그의 대표작들과는 다른 완성도를 갖고 있는, 즉 막 찍어댄 이 어설픈 비디오용 영화는 아마도 그의 영화 개봉 순위에서 한참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여러분들은 아마도 이 영화를 보시기 힘들 것입니다. 전 봤지만. 죄송합니다.

전 미이케 다카시 영화의 광팬입니다만, 그동안 저를 열광시켰던 그의 영화들은, 말하자면 그가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영화였나봅니다. 반면 이 영화는 한 해에 열 편 이상찍는다는 그의 제작 방식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극적 개연성은 거의 없는데다 대충 쇼킹한 눈요깃감으로 시간을 때웁니다. 양성구유인간이 생리혈을 무기처럼 뿜어대고 한국사람으로 소개된 특수요원은 자신이 한국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난데없이 '김치'를 담그고 일본식 기무치에 분개하여 식당에서 행패를 부립니다. 조잡하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력적인 영화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적어도 'V씨네마'가 목적하는 바, 이삼십대 성인 남자들이 보고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영화입니다. 정확히 타겟팅된 특정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장면들을 여한없이 보여주겠다는 그 노골적인 목적의식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인 것입니다. 아무도 이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 타켓팅된 관객층은 이 영화가 재미없다고 불평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지간에 저는 여전히 미이케 다카시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03·06·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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