呪怨 주원 ★★★☆
naver    tojapan

영화판만 보고 이 영화를 구리다고 평가하는 건 에반게리온 극장판이나 엑스 파일 극장판만 보고 본편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영화로 제작되었다보니 극장판 영화로서는 적당하지 않은 스케일이지만, 비디오판을 즐겼던 사람들에겐 비디오판과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가면서도 비디오판이 말해주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까지 말해주는 서비스를 잊지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확보한 영화입니다. 그 새로운 사실이 뭔가는 스포일러니까 말할 순 없지만...

결국 저 집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 결국 귀신의 정체는 무엇인지라는 점이 극장판에서 명확해진 것인데, 사실 한시간 남짓한 런닝타임을 갖고 있던 비디오판 주원 1편만 봐서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고 2편을 봐야 비로소 알듯말듯 했더랬습니다. 저 집에 이사온 화목한 일가족 전원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하다못해 그 집 딸을 가르치던 과외선생(미인이었는데..)도 죽어가는데 왜 저런 이상한 귀신이 기어다니고 아이는 고양이 소리를 내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귀신의 정체를 알지 못해도 피해자 개개인이 직면한 공포는 충분히 강렬했기 때문에 공포 영화로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문제라면 똑같은 방식-그 집에 방문한다, 뭔가를 본다, 맛이간다-을 반복한다는 점인데, 그런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감독은 마치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처럼 영화속 시간과 공간을 분할하고 짜맞춥니다. 1편에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결국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저주의 순간이라는 것을 여러 단서를 통해 알려줍니다. 또한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직접 그 집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관련된 사람은 모두 죽습니다. <링>과는 달리 저주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극장판의 주인공처럼 보이던 그녀도 결국 죽게되지요. 촘촘한 저주의 올가미를 아무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원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시.공간을 비트는 감독의 솜씨입니다. 아버지가 저주의 순간에 장성한 미래의 딸을 본다든지, 기묘하게 선후관계가 안맞는 에피소드라든지, 이 모든 저주의 시작인 의처증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이 TV속 화면처럼 재현된다든지 하면서 단조로와지기 쉬운 내러티브에 다채로움을 부여합니다.

극장판은 비디오판과는 다른 점도 발견됩니다. 비디오판에는 줄곧 엄마귀신과 고양이 울음소리 내는 소년만 나오는데 반해, 극장판에는 저주의 대상이었던 희생자들의 귀신도 나옵니다. 확대되고 전염되는 저주지요.

말이 길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저주받은 집이라는 낡은 소재를 무척 새롭고도 독특하게 풀어낸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장면들이 충분히 무섭고 몇몇 장면들은 거의 쇼킹하기까지 합니다. 비디오판 2편에서 평화로운 아침식탁에서 벌어지는 폭행살인을 버드아이 시점에서 잡아낸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했습니다. 무서움을 피해 마지막 피난처처럼 파고든 이불 속에서 귀신히 빠꼼 쳐다보는 장면조차 안무서웠다면 도대체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이 무섭겠습니까?

만약 이 영화가 못만든 영화라고 생각된다면 그건 이 영화가 정말 못만든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공포영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것입니다. 이 영화는 충분히 강렬한 공포감을 주는 무척 잘만든 공포영화입니다. 구로사와 기요시나 나카다 히데오가 이 영화에 바친 찬사는 전혀 뻥이 아닙니다. (2003·07·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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