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lk 헐크 ★★★
directed by 이안
imdb    naver    듀나

저의 '2003년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리스트 -_-;'에는 아쉽게도 빠졌지만, 이안은 제가 무지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와호장룡>같은 영화를 한 편만 더 만들었어도 저 리스트에 올라갔을 겁니다. ^^;;;

특히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의 영화들이 좋습니다. <Ice Storm>은 <American Beauty>보다 더 신랄했으며, <Ride with the Devil>은 극동의 게으른 반미주의자조차 남북전쟁을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와호장룡>은 장만옥이 나오기만 했다면 완.벽.한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서늘한 냉소와 따뜻한 시선이 공존하고 특유의 유려한 카메라워크로 느릿느릿 뭔가 심연의 진실에 접근합니다. '헐크'는 제게 그저그런 미제 TV시리즈 주인공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이안이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순간, 제겐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 무척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Hulk>는 이안의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악평을 받는 영화일 것입니다. 특히 영화가 라스트로 치달으면 황당하기까지 한 설정에 얼이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이안의 감독으로서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길만큼 엉망인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초중반의 진행은 블록버스터로서는 너무 느려터졌지만, 어쩌면 그런 느릿함이 이안 영화의 인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할만은 다 하잖습니까? 또 저같은 非'헐크'팬도 '아, 헐크도 나름대로 맘고생을 하고 있었던거구나' 싶을만큼 그의 트라우마는 흥미로왔습니다. 영화의 라스트를 장식하는 헐크의 힘자랑은 블록버스터에 값하는 장관이었습니다. 헐크가 좀 비현실적이고 어설프게 생기긴 했지만 어차피 코믹북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인만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제니퍼 코넬리의 그 감동적인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 제가 이 영화에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멋있어지는 또 다른 배우인 닉 놀테의 강렬한 연기도 볼만 했구요.

결국 이 영화, 썩 재밌었습니다. 이 영화에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의 심정, 십분 이해가 가지만, 어쨌거나 제니퍼 코넬리가 나오시지 않았습니까? 진정들 해주세요.  (2003·07·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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