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블루 ★☆
Directed by Derek Jarman
imdb

이전에 본 데릭 자만의 영화는 <가든 Garden, The> http://us.imdb.com/title/tt0099634/ 가 전부였습니다. 전에 학교에서 <퀴어 영화제>를 하려고 준비하면서 상영작 중 하나로 선정하였지요. 영화적으로나  액티비스트로서의 면모로나 가장 존경받는 게이 감독인 데릭 자만의 영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영화제의 품격-_-에 필수적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널리 알려진 영화도 아닌 저 전위영화는 저같은 밍숭밍숭한 영화광이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를 게이 청년으로 묘사한 급진성은 흥미로왔지만 의미없는 몸짓으로 일관하는 저 난해한 영화는 제가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지요.

요즘 아트 선재센터에서 <데릭 자만 영화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를 몹시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관심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요. 설마 <가든 Garden, The>보다 재미없으랴,도 싶었고.. 하지만 오늘 본 <블루 Blue>는 아주 학을 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저런 영화는 다시 못 볼겁니다. 믿기 어려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블루 Blue>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크레딧이 올라가는 부분만 빼곤, 온통 파란 화면뿐입니다. 파랗기만 한 화면에 라디오용 드라마처럼 효과음과 함께 데릭 자만 자신의 길고 긴 독백이 흐릅니다. 이 영화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 다소간의 짜증과 함께 자신에 대한 경멸감이 느껴졌습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심각한 철학책을 사들곤 뿌듯해하는 자신의 딜레탕트에 대해 느끼는 그런 경멸감.

저 황당한 설정 이면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 즈음 에이즈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된 데릭 자만은 때로 세상이 온통 파래보였던 것 같습니다. 에이즈 치료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그의 자기냉소적인 독백은 반쯤 희극적인만큼 뭉클한 페이소스가 느껴집니다. 음란한 가사 끝에 자기는 게이가 아니다,고 외치는 노래는 호모포비아의 세상에 대한 강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파란 화면 이면에는 동요하는 감정과 회한과 슬픔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파랗기만 한 화면이고 보니, 저걸 6천원 들여가며 보고 있어야 되나, 심각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감독의 생애와 그가 실제 처한 극한 상황-죽음을 기다리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정보가 없이 그냥 저 영화를 접하게 된다면 저 영화는 예술가의 과도한 자의식이 만들어낸 웃기는 헤프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지 않을까요? 저처럼 딱히 데릭 자만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관객에겐 심심할대로 심심한, 관람료가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틸다 스윈튼이 나온다길래 잔뜩 기대했었는데, 목소리만 나오는군요. 아무래도 그녀를 보기 위해 데릭 자만의 다른 영화를 다시 보러가야겠습니다.    (2003·11·09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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