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dalene Sisters, The 막달레나 자매들 ★★☆
Directed by Peter Mullan
imdb   

아일랜드에선 64년부터인가, 약 3만명의 여성들이 '막달레나 자매들'라고 불리는 카톨릭 감호시설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세 등장인물들처럼 강간의 희생자였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의혹을 받거나 미혼모로서, 종교나 가부장적 윤리관에 의해 타락하고 죄지었다고 분류되던 여성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막달레나 자매들'이라는 시설은 96년까지 그 마지막 시설이 존재했었다고 하는군요.

아시다시피 굉장히 호평받은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선 황금사자상을 받았구요. '씨네21'의 평을 빌자면 '보는 이의 가슴에 격랑을 일으키는, 매우 선동적인 영화'라나요? 하지만 저는 지루했습니다. 격랑이라니, 졸릴 따름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억압받고 있는 개인이 시련끝에 자유를 찾는다는 스토리는, 아주 엉망으로 영화화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처럼 말이죠. 더군다나 그 피해자가 '여성'이라면 의식있는 남녀관객들을 곱절로 분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억압받고 착취당해온 여성의 수난사, 그 한많은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런 소재가 얼마나 현재성을 갖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컨대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는, 종군위안부라는 잊혀진 과거에 주의를 환기시켰고, 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의미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막달레나 자매들>은 어떠한가요?

여성에 대한 억압이 종교라는 미명하에 합리화된 아일랜드의 상황과, 유교에 뿌리를 둔 가부장적 여성관이 여성 억압의 근거였던 우리나라의 상황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막달레나 자매들>의 여성들이 겪게 되는 억압과 고난들에 페미니즘적인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분노하기엔, 한국의 남자관객으로서 뭔가 접합점이 부족하지요. 분노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자유'라는 보편적인 명제가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분노해야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슨이 오랜 고생끝에 찾은 자유에 관객들이 감동했다면, 그건 그가 남자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막달레나 자매들>의 등장인물들이 그곳에 갇히게 된 이유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선 거의 죄악으로 여겨지지 않는 성질의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오랜 시간 갇혀있었다니, 그 불합리가 관객을 분노하게 만들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사실 그런 분노는 소모적이고 자극적이기만 할 뿐, 페미니스트들에게 건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성취한 목표이지요. 이 영화의 상황에 분노할 수 있는 건, 오늘날 여성이 요구되는 윤리적 규범들은 이전 시대의 그 불합리의 틀을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할테니까요. 이 영화의 방법론을 조금 더 극단으로 밀고 가보면, 예컨대, 혼자사는 여자나 이혼한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부쳤던 중세시대의 광기를 예를 들어, 현대의 미혼모나 이혼녀에 대한 있지도 않은 사회적 차별이나 억압을 분노하는 것과 같은 오버질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더이상의 개선의 여지가 없을만큼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처럼 현재로선 있을법하지 않은 과거의 비극을 들추어 괜히 분노를 터뜨릴 일은 아니지요.

'막달레나 자매들'에 감금된 여성들의 일상은 병영에 갇힌 군바리들의 일상과 흡사하더군요. '막달레나 자매들'쪽은 '무기한'이기 때문에 물론 더 비참하달 수도 있겠지만, 노동의 강도나 심리적 억압은 대한민국의 국군장병아저씨들 쪽이 더 할 것입니다. 인간 이하로 취급받으며 느껴야했던 모멸감, 거기다 군화발에 졸라 얻어터지기라도 하면,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막달레나 자매들'에서의 일상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마가렛이 실수로 잠겨지지 않은 문을 통해 바라본 외부 세게, 푸른 벌판에 왠지 햇살도 좋을 것 같던 그 아름다운 광경은, 군대있을 때 사격하러 가느라 군장을 매고 지나가던 그 논두렁길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연상시키더군요. 그 순간 마가렛의 그 설렘을, 대한민국의 예비역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3·12·06 22:47)


  1. 과객 2013.07.22 19:05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칠수 없는 글이군요. 제 보기엔 위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닙니다. 주인공이 억악받는 여성들이라 하여, 페미니즘 선동 영화쯤으로 치부하기엔 논점이 어긋난듯 하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분노는, 감히 신의 이름을 빌어 같은 인간을 착취,체벌하는 종교인들의 안하무인 때문이었습니다. 님도 언급하신 "인간의 자유"라는 보편적 명제가 짓밟히는 실상을 감독도 "분노하라"고 외치는 듯 보이는데, 그렇게 안보이셨나보네요. 지루하게 보셨다면 개인감상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가 현재성이 없다는 단언은 지나친 오만 혹은 무관심의 산물 같군요. 미혼모, 강간피해여성 등에 대한 사회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보십니까? 감금,착취만 아닐 뿐이지, 영화 속 수녀들이 서슴치 않고 내뱉는 "쓰레기" "죄악"같은 단어를 머리 속에, 얼굴에 그린채 그 여성들을 대하는게 실상일텐데요. 우리나라 미혼모 수용소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노숙자 보호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끔찍한 실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 영화를 논하매 여성, 남성 운운하는것도 우습지만, 말나온 김에 군대 얘기는 섣불리 마십쇼. 님의 글을 읽는 여성들이 공감할 수 없을 뿐더러, 원성 사기 딱입니다. 외려 님이 막달레나 시스터즈에 남성을 대입하고 이해하시는게 더 쉬울 듯 합니다.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남자, 무식하고 못생겨서 취직못하는 남자, 얼굴값하니 죄악의 씨가 다분하다는 이유로 끌려온 남자들이 어느 암자에 갇혔다 칩시다. 죄도 아닌 죄로, 고기먹는 땡중들에게 무기한 폭력과 무시를 받으며 살고 있다면, 남성인 당신은 공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80년대 전씨가 자행한 삼청교육대를 떠올리며... 이만. (2006.09.11 22:24:51)

  2. Cocteau Ozu 2013.07.22 19:06 신고

    글쎄요... 본 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나는 영화입니다만... 이 영화에 페미니즘 어쩌구의 감투를 씌운 건 제가 아니라 언론, 찌라시 등등 이었고, 저의 모자란 소견으로는 '현재성'없는 사안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미혼모나 강간피해여성들에 대해 적어도 지금은 이 영화에서와 같은 부당한 대우가 가해지고 있지는 않고 있으며 설령 누군가가 그런 부당한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인 강간피해여성이나 미혼모가 이 영화에서처럼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을 만큼의 '상식'이 보편화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장애인이나 노숙자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다룬 영화였다면, 저 역시 그런 사회적 폭력같은 게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고 '동의'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서처럼 심드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의 짧은 지식 탓에 실상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오늘날의 여성들이 강간, 미혼모 등의 이유로 박해받고 있지는 않고 있는 데도, 굳이 사회적 몰상식이 횡행하던 옛일을 들추어 해묵은 분노를 조장한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 못갖는 남자, 못생겨서 취직못하는 남자 등을 암자에 가둬놓고 고기먹는 땡중이 폭력을 행사하는 영화가 있다면, 글쎄요, 분노하기 보다 실소를 터뜨리겠죠. 그런 일이 벌어질리 없으니까 말이에요.
    군대 얘기는... 글쎄요... 이 글은 영화를 본 제 개인적인 감상이고, 남들 못지않게 고생한 예비역으로서, 훈련병 시절 담장 너머 훔쳐본 바깥 세상의 모습에 관한 애틋한 기억이 영화 속 한 장면과 어쩔 수 없이 오버랩되었더랬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기억까지 자기검열해야 할만큼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군요, 삼청교육대도 아닌데 말이죠. (2006.09.11 23:51:3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