クロ-ズ ZERO 크로우즈 제로 ★★★☆
감독 : 三池崇史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얼빠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지만, V 시네마의 대가 미이케 타카시의 솜씨가 어디 가겠습니까? 영화내내 수십명의 열혈 양아치들이 벌이는 떼싸움질의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후카시는 있는대로 다 잡는 양아치들의 개폼도 코미디로 보면 무척 웃기구요. 사고를 정지하고 덜 떨어진 수컷들이 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을 즐겨보겠다는 각오로 본다면 꽤 재밌습니다.

오구리 슌은 날이 갈수록 멋있어지는군요. 김학도 비슷하게 생긴 게...

 (2008.04.30)

 

 

 

殯の森 너를 보내는 숲 ★★★

이 영화가 칸느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이러저런 말들이 있었다고 읽었습니다. 경쟁작 중 제가 본 영화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디악> 두 편인데, 저 두 편이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는데도 <너를 보내는 숲>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건 한마디로 어이가 없어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생각에 카와세 나오미는 과대평가된 감독이고, <너를 보내는 숲> 역시 서툴고 감상적인 범작입니다. 굳이 카와세 나오미의 영화들 중 상을 줘야한다면 역시 <너를 보내는 숲> 일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죠.

이 영화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구석 덕분에 카와세 나오미 영화가 과대평가 받는 것일테구요. 영화는 아마도 장례식에 쓸 도구를 준비하는 듯한 장인(匠人)의 손놀림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 후 일본의 전통적인 운구행렬도 보여주고요. 영화 내내 등장하는 신록의 자연과 바람에 넘실대는 벼들의 흔들림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죽음이 멀지 않은 노인들이고, 그들의 실제 대화가 그대로 사용됩니다. 영화는 어린 자식을 잃은 젊고 아름다운 엄마와 33년 전에 죽은 아내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살짝 맛간 할아버지가 서로 가까워지며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견 감동적일듯 보이지만, 사실 <너를 보내는 숲>은 얄팍한 영화입니다. 이전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영화의 감성은 딱 사춘기 소녀의 그것입니다. 영화 바깥에서 감독도 실제로 출산을 통해 엄마가 되었고 나이도 마흔이 되었지만(69년생) 그녀의 영화는 전혀 성숙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여전히 감상적인 멜로디와 익숙하고도 작위적인 설정들이 넘쳐나고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맥빠진 대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굳이 숲에 비가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도, 그리고 그 폭우 속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마른 땔감으로 불을 피우며 몸을 녹이는 장면을 보면서도, 전 설마 젊은 엄마가 노인의 젖은 몸을 벗은 몸으로 덥혀준다는, 아니메나 순정만화에서나 본 듯한 뻔한 장면이 등장할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어요. 비에 젖은 숲의 모습은 나름 신비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젊은 엄마와 노인이 어떤 치유를 얻게 되는 과정은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중3인 제 여자조카에게 카메라를 주고 찍어오라고 하면 대충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조카에 대한 모욕일까요?

카와세 나오미에겐 <수자쿠> 정도가 최고치이지 않을까 싶어요. 비록 감상적이고 엉성할망정 어떤 순수한 아름다움 같은 게 있었거든요. 자신의 소녀적 감수성을 솔직히 드러내면 보는 입장에서도 감수하면서 보잖아요? <너를 보내는 숲>처럼 속은 비었은데 그럴듯해 보이는 영화를 만드는 모습은 안스럽거나 가증스럽습니다. 이런 영화에 찬사를 보내는 글쟁이들에게는 짜증이 나고.

영화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 이유는 <수자쿠>의 그 정신없이 귀엽던 소녀 오노 마치코의 10년 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여전히 아름답군요. 가슴도 보여주시고. 그 점에 대해선 카와세 나오미에게 고맙게 생각힙니다.

이 영화 역시 나라현에서 만들었습니다. <카와세 나오미 회고전>에서 앞서 본 네 편의 영화들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확인해 봤는데, 그녀의 모든 장편영화가 다 여기서 찍혔군요. 참 아름다운 동네네요. 숲이고, 골목이고.  
 

너를 보내는 숲 殯の森 / The Mourning Forest

2007 | 97min | Color | 드라마 | 주연 * 오노 마치코, 우다 시게키
2007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아이를 잃은 상처를 지닌 마치코는 시골의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보살피며 살아간다. 시게키라는 노인을 눈여겨 보던 마치코는 그를 아내 마코의 무덤이 있는 숲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사고로 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마치코가 도움을 구하러 마을에 간 사이 시게키가 사라진다. 시게키를 찾아 헤매던 마치코는 숲을 향해 가고 있는 시게키를 찾게 되고 그들은 결국 마코의 무덤을 찾아내는데…

 

 

어떤 장면들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형제가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또 케이와 유가 골목길을 질주하는 롱테이크 같은 건 시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진부한 표현을 써보고 싶어질 정도에요. 흥겨운 마쯔리 장면이나 유영하듯 일상의 디테일을 훑어가는 카메라는 뭔가 감독의 의욕만땅을 보여주긴 하지만, 지루하더군요. 영화속 사건들에 반응하는 인물들의 행동도 약간 작위적인 냄새가 나구요. 한마디로 제 취향이 아닌 듯해요. 어떤 분들에겐 꽤나 재밌을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와세 나오미가 임신한 엄마역으로 직접 출연하여 천연덕스럽게 연기합니다.

앞서 본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나라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카와세 나오미가 태어난 도시라는군요.


사라소주 沙羅双樹 / Shara


2003 | 99min | Color | 드라마 | 주연 * 후쿠나가 코헤이, 히유도 유카, 나마세 카츠히사

2003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케이와 슈운은 쌍둥이 형제다. 어느 여름 밤 쌍둥이 형제 케이가 갑자기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슈운. 5년 후, 17살 고등학생이 된 슈운은 예술 클럽에 가입해 그림을 그리며 케이에 대한 기억을 되새긴다. 첫사랑 유와 함께 불안정한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모든 것을 유와 공유할 수는 없는 슈운. 그러나 유가 슈운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게 되면서 슈운은 사라진 그의 형제 케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게 되는데…. 

 

카와세 나오미는 과대평가된 감독이다,라는 저의 생각은 바로 이 영화 때문에 갖게 되었습니다. 쓸데없이 길기만 한 이 영화는 뭘 해도 느릿느릿입니다. 그런 긴 호흡이 어떤 상황에선 미학적 효과같은 것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과잉된 작가의식을 드러내는 게으른 표시일 뿐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진부하거나 작위적이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구요.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도자기 굽는 가마를 뽀개버렸나요? 시도때도 없이 끼어드는 감상적인 멜로디는 딱 7,80년대 작부영화를 연상시킵니다. (카와세 나오미가 음악도 직접 맡았다는군요.) 카와세 나오미가 촬영도 직접 했다는데, 딴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장면에서 핸드헬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어이없게도 배우가 일순 카메라를 의식해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는 장면도 나와요. (이런 어설픈 실수는 <사라소주>에서도 반복됩니다.)

한마디로 어설프고 설익은 아마추어같은 영화에요. 저는 물론 이런 수준의 영화도 못 만들테지만, 이런 감독에게까지 찬사를 바칠만큼, 평론가들은 심심한가요?

<캬카라바아>라는 짧은 다큐멘터리도 같이 보았는데, 이건 보다가 한 반쯤 자버리는 바람에 (코까지 골며!)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자기연민과 자기애가 낯뜨거웠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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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 火垂 / Hotaru

000 | 164min | Color | 드라마 | 주연 * 나카무라 유코, 나가사와 토시야

2001 부에노스 아이레스 독립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2000 로카르노영화제 C.I.C.A.E.상 수상 / 국제비평가상 수상


감성적이고 숫기 없는 스트립 클럽 댄서 아야코. 그녀는 어린 시절 자살한 엄마에 대한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도자기 공인 다이지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이지의 존재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아야코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를 떠날 결심을 하고…
 

 

캬카라바아 きゃからばあ / Kya Ka Ra Ba A

2001 | 50min | Color | 다큐멘터리 | 출연 * 가와세 나오미

가와세 나오미는 1999년 9월 5일,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다. 9년 전인 스물 두 살이 되어서야 다섯 살 때 자신을 떠났던 아버지와 17년 만에 조우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기 위해 애쓴다.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에게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새겨보고, 엄마를 찾아가 자신이 태어나기 전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가와세 나오미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문신을 몸에 새기며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자기만의 의식을 치른다.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카와세 나오미 河瀬直美 회고전>의 영화들을 보려고 하이퍼텍나다에 갔다 왔습니다. 오늘 네 편 봤구요(한편은 50분의 상영시간 중 반은 졸았습니다.), 패키지로 산 영화표 때문에 두 편을 더 봐야 합니다.

카와세 나오미는,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성일이 무지하게 찬사를 보내던 감독이었던지라 나름 기대하고 갔는데... 반쯤 실망이군요. 오늘 네 편 본 소감은, 과대평가된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수자쿠는 오늘 본 네 편 중 가장 맘에 든 영화였습니다. 죽음에 대한 집착, 정적인 화면구성, 뜬금없이 삽입된 아름다운 자연풍광, 심심하기 그지없는 내러티브... 등은 야스지로 이후의 일본영화에서 수도없이 보았던 방법론이고 주제이지요. 그런 맥락을 감수하고 보아도 꽤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제법 감동적이기도 하구요. 뭣보다 딸내미로 나온 오노 마치코는 정신없이 귀엽습니다. <너를 보내는 숲>에도 주연으로 나오나 봐요. 꼭 보러가야지. 감정을 드러내는 섬세한 몸짓같은 것도, 성차별적인 단어이긴 하지만,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다시 보러 가려고 합니다, 이 영화. 오늘 본 영화 중 유일하게 맘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수자쿠 萌の朱雀 / Suzaku

1997 | 95min | Color | 드라마 | 주연 * 시바타 코타로, 오노 마치코

1997 칸느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
1997 로테르담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
1998 마이니치 필름 콩쿠르 최우수 촬영상 수상

타하라 코조는 어머니와 아내, 조카인 에이스케, 딸 미치루와 함께 나라현 남부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어려워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타하라의 아내는 조카 에이스케가 일하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에이스케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미치루는 엄마와 에이스케의 사이를 질투하는데…




일본의 신성, 가와세 나오미 河瀨直美

가와세 나오미는 너무 일찍 부모와 헤어졌다. 먼저 떠난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가와세가 세살 때 바람이 나서 그녀 곁을 떠났다. 그 다음에는 어머니가 새로운 삶을 찾아서 그녀 곁을 떠났다. 가와세는 외할머니 곁에 남았다. 어린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걱정한 외할머니는 그녀의 딸로 외손녀를 입양시켰다. 그러나 여기는 도쿄가 아니다. 나라현의 이 작은 동네에서 가와세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자란 아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안다. 아마 어린 가와세도 그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친구가 없었으며, 친구들도 가와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혼자 그렇게 십대를 통과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8mm카메라로 관심을 옮겼다. 무얼 찍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벌써 스물세살. 가와세는 외할머니에게 불현듯 물어보았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대답했다. 니 애비는 딸 생각할 사람이 아냐, 그러니 찾을 생각도 하지 말거라. 그것이 가와세의 여덟 번째 8mm영화 <따뜻한 포옹>의 시작이었다. 가와세는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나섰다. 아무도 그녀에게 영화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처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저지르는 모든 실수를 하고야 만다. 종종 초점이 안 맞고, 녹음은 대부분 잘못되어서 잡음과 뒤섞여 있으며, 삼각대가 없어서 시종일관 화면이 흔들린다. 이 영화는 연출, 촬영, 편집, 녹음, 음악을 그녀 혼자서 했다. 그 말은 그녀에게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와세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할머니의 앨범 속의 사진을 꺼내들고, 거기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혼자서 불러본다. 그런 다음 그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찾아 나라에서 머나먼 고베까지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여행한다. 그리고 기어이 사진 속의 그 장소에 가서 카메라를 세우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서서 영화를 찍었다. 가와세는 중얼거린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나는 왜 슬픈 거지. 푸른 하늘, 힘겹게 자라는 양파 뿌리, 바람에 흔들리는 안테나,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 잠자리의 날개.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한다. 야마시로 기노요부입니까? 저는 가와세 나오미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의 딸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이듬해 야마가타영화제에 출품되었다. 4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실수투성이의 8mm영화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일본 다큐멘터리의 전설적인 존재인 오가와 신스케의 촬영감독이었던) 다무라 마사키가 이 소녀의 진심을 보았다. 그는 이제 막 스물네살이 된 소녀를 위해서 프로듀서를 소개하고, 스탭을 꾸리고, 그리고 그 자신이 카메라를 잡았다. 가와세는 이 팀을 이끌고 외할머니의 고향 니시요시노의 산속 작은 마을에 들어가 그 기억을 찾아간다. 딸을 떠나보내고, 그 딸의 딸을 키우면서 살아간 외할머니와 그 마을의 이웃을 이해하려는 저 필사적인 노력은 아무런 미동도 안 하는 카메라의 기나긴 롱테이크 화면 앞에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가와세의 맹세이다. 그녀의 (열다섯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35mm 장편영화 <수자쿠>는 199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그녀 나이 스물일곱살 때 일이다. 이것은 (그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최연소 수상이다.

사실상 그녀의 영화는 수줍은 고백이고, 가슴 저미는 하소연이며, 슬픈 질문이다. 오직 일본에만 있는 사소설(私小說)의 전통 속에서 사적(私的) 영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난처한, 기이한, 불편한, 하지만 결국에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야마는 그 진심의 영화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니, 점점 더 깊이를 얻어갔다. 가와세는 느리지만, 점점 세상을 감싸안을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에게서 마을 사람들을 껴안기까지 거의 십년이 걸렸다(<따뜻한 포옹>에서 <사라소주>까지, 그리고 내 생각으로 <사라소주>는 2003년 칸 경쟁작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 중 한편이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자기를 버린 세상을 용서하고, 그 세상의 너비만큼 그녀는 성장할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당신을 기다릴 수 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
hermes59@hanmail.net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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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Diamond 블러드 다이아몬드 ★★★☆
Director:Edward Zwick

이 영화를 보고도 이러저런 명목/속셈으로 다이아몬드를 갖고/주고 싶어하는 년놈들이 있다면, 그 년놈들은 좋게 말해 물신 앞에 정신을 놓아버린 자본주의의 광신자이고, 좀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자본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이 아니라 단순한 여흥을 위해 벌어지는 살육을 방관만하는 잔인한 포식자일 뿐입니다. 이런 야만이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실용'이라는 시대정신에 포획된 우리들 대부분이 바로 그 광신자이고 포식자라는 점이구요.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저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자본의 유혹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언젠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도 돈보다 공동체의 유대 같은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평탄한 세상살이를 해오면서 무슨 더러운 꼴을 보았다고 이렇게 속속들이 속물이 되어버렸을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의 정신은 온전합니까?

나름의 균형을 유지한 고발정신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인 이 영화는, 영화사적 가치 같은 걸 떠나서 모두들 봐줘야할 영화입니다. 돈지랄에 미친 세상속에서 나 하나만이라도 제정신 유지할 수 있도록.

제니퍼 코넬리는 옷 다 걸치고 있어도 몹시 섹시하시군요. 디카프리오는... 쟤 저렇게 멋있어질 동안 난 뭐하고 있었나?  (2008.04.22)

히어로 Hero ★★★☆
감독 : 스즈키 마사유키

제가 이 영화를 즐긴 방식은 일드빠나 기무타쿠빠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전 일본 역대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가지고 있는 2001년도 동명 드라마를 꽤 재밌게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열광했다고 말할만한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영화 <히어로>는 무척 재밌어해며 보았습니다. 드라마 <히어로>를 본 후 그 기억이 머리속에서 몇년동안 숙성되는 동안 일본어로  懐かしい気持 비슷한 게 되어 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영화의 단점들-빈약한 스케일, 긴장감없는 법정싸움, 일본영화 특유의 감정오바...-은 보이지 않거나 보인다 하더라도 그닥 신경쓰이지 않는 미미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어차피 드라마의 팬을 위한 서비스일 뿐인데 무슨 심각한 논리가 필요하겠습니까?

사실 저의 ~빠 증상은 좀 심하기도 했는데 기무라 타쿠야와 마츠 다카코가 부산 시장통과 음식점들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에선 저도 저 곳에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습니다. 마지막 장면,6년만에 이뤄낸 둘의 키쓰신에선 또 얼마나 신나했는지... 이거 바보도 아니고...

한국팬을 위한 고려인지 한국에서의 활약이 꽤 오랜 시간 그려집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병헌도 잠깐 나오구요.

기무라 타쿠야의 팬이거나 일드팬이거나 특히 드라마 <히어로>를 보신 분이라면 무척 재밌게 보실 영화입니다. 뭐 이미 다들 보셨겠죠?  (2008.03.31)

늦었지만 2001년부터 매년 해오던 거라...


* 2007년에 본 영화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10편

The Constant Gardener 콘스탄트 가드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嫌われ松子の一生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나카시마 테츠야 )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Letters from Iwo Jima (Clint Eastwood)

Transformers (Michael Bay)

A History of Violence (David Cronenberg)

라따뚜이 (Ratatouille) (브래드 버드)

叫 절규  (쿠로사와 키요시)

The Descent 디센트 (Neil Marshall)

색, 계  (이안)

(2008.03.12)

 

 

Orfanato, El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
Director:Juan Antonio Bayona  
imdb    naver

영화는 무척 낯익은 설정들로 시작합니다. 귀신들린 집, 아이의 실종, 과거에 얽힌 비밀, ... 사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이런 낯익은 설정에다 공포효과를 노린 씬도 거의 없어서 무척 심심하게 전개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피가 튀기거나 하는 장면도 거의 없어, 헐리웃이고 한국이고 요즘의 고어취향에 비하면 <오퍼나지>는 우아하기 그지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입이 찢어진 할머니 얼굴 장면은 제작자인 Guillermo del Toro의 취향일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가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공명을 생각하면 심심한 앞부분은 전혀 낭비가 아니에요. 전 <링> 1편이나 <어두운 물밑에서>에서처럼 공포가 모성애와 결합하면 사족을  못 쓰는데 이 영화도 바로 그러합니다. 아들의 실종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는 부분에선 거대한 운명의 힘이랄까, 어미로서 느꼈을 비통함에 저또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후반부의 공포씬도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장면은 근래 보기 드물게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호러 장르의 팬으로서 전 애매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라면 그런 결말도 납득할만 하군요. 애초에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 자체가 애매해서, 아들 잃은 엄마의 정신분열로 해석해도 이상할 게 없거든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었던 '엑소시스트'의 견해도 말그대로 하나마나한 소리뿐이었구요. 때문에 엄마가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조로 영화가 끝났다면 영화 해석의 가능성의 폭을 스스로 좁히면서 이 영화 결말의 그 슬픈 정서를 많이 갉아 먹었을 거에요.

여튼 오랜만에 멋진 공포영화를 봤네요. 대만족.


아... 엄마역을 맡은 Belén Rueda,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그 몸매가 아주 그냥 볼륨감이 그냥... 역시 40은 넘어야 진정한 여성의 미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도대체 <오퍼나지-비밀의 계단>같은 바보같은 제목을 갖다 붙인 건 누구란 말입니까? 꼭 저 지랄로 영어를 갖다 부쳐야 뽀대가 난다고 믿는 얼빠진 놈들은 도대체 누구냔 말이에요.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낀 것은... 스페인어, 꼭 공부한다, 머지않아. 내년에라도 당장.  (2008.03.08)

The Upside of Anger 미스 언더스탠드 ★★★
Director:Mike Binder    
imdb

[ 이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여비서와 바람이나서 스웨덴으로 도망간(?) 후 남겨진 부인(조운 앨런)과 네 명의 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회를 틈타 줄곧 부인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전직 메이저리거 이웃집 남자(케빈 코스트너)가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구요. 영화는 남겨진 가족들이 남편/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은 두 번의 출산과 대학 진학과 엄청 연상남과의 연애질, 심지어 이웃집 남자를 엄마의 애인으로 받아들이기 등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화는 별다른 마찰없이 사건들이 무마되고 해결되어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조운 앨런의 히스테리가 나름 귀엽다면 귀여울 수도 있겠네요.

나른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후반부 남편 시신의 갑작스런 발견과 함께 뭔가 묵직한 얘기를 하려고 듭니다. 용서랄까 운명이랄까... 별로 와닿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워터월드> 이후로는 본 적없는 케빈 코스트너였는데, 원래 저렇게 무색투명,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던가요? 조운 앨런은 너무 말라비틀어져서 볼 때마다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역시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살이 붙어야...

저런 얼빠진 제목은 도대체 누가 짓는 걸까요? (200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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