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もちゃ 오모짜 ★★★☆
directed by 深作欣二
tojapan

후카사쿠 킨지의 99년작입니다. 어려운 집안을 돕기 위해 게이샤가 되려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민감한 페미니스트들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줄거리입니다. 게이샤들의 삶의 모습은 비참하다기보다 유쾌해 보이며, 게이샤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에 아무런 회의도 없습니다. 게이샤가 되려는 도키코를 비난하는 그녀의 오빠는 이상만 쫓는 무력하고 한심한 공장노동자로 묘사됩니다. 영화는 때로 유쾌하지만 신파의 정조가 흐르고 있고, 노련한 연기와 연출이 아니었다면 따분하고 시대착오적인 영화로 보였을 겁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도키코가 게이샤가 될 수 있도록 후원해준 일흔살의 노인네를 그녀의 첫 섹스 상대로 맞이하게 되는 씬은 그 상황의 비극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혹적인 장면입니다. 특히 도키코 역을 맡은 미야모토 마키의 나신은 그 자체로 감동을 일으킬 만큼 아름다왔습니다. 발정난 노인네가 피운 '여름호수'라는 향기에 취해 희미한 미소를 짓는 도키코는 차라리 게이샤가 된 것이 행복한 듯 보였으며 그 씬의 거부하기 어려운 퇴폐적 아름다움은 관객까지도 그녀의 행복에 공감하게 만듭니다. 불쾌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이런 게 거장의 실력이라는 걸까요?   (2003·07·20 19:27)


 

 

 

地獄甲子園 지옥갑자원 ★★★☆
directed by 야마구치 유다이
naver    tojapan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했답니다.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얼빠지고 유치찬란한 영화. 물론 의도된 것이지요. 썩 유쾌하고 어떤 장면은 무척 재밌습니다. 하지만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군요. 예측 가능한 수준의 유치함은 기시감을 느끼게 할만큼 뻔합니다. 이런 영화는 언제나 재밌지만 이 영화의 경우 기억에 오래 남을만큼 쇼킹하거나 창의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감독인 야카구치 유다이가 시나리오를 쓴 <Versus>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영화 내내 좀비의 내장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좀비영화라는 닳고 닳은 장르를 완전히 새로운 영화로 착각하게 만들만큼 신선했습니다.

이 영화, 우리나라 배급사를 찾았다는군요. 운이 좋으면 극장 개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카구치 타쿠(坂口拓)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제 앞에앞에 잠시 앉아있었는데 그 사람인줄 알았다면 사인이라도 받았을 것을... 이 배우는 <Versus>에서도 주연을 맡았는데 썩 멋있게 생겼습니다.

주연배우들과 감독의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2003·07·20 19:10)

 

梁山伯與祝英台 양산백과 축영태 ★★★☆
directed by 이한상(李翰祥) (Li Han-hsiang)  

북경 오페라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일종의 '뮤지컬'.

학문에 뜻을 둔 여장남자가 서원에 들어갔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입니다. 예전에 비슷한 스토리의 코미디를 본 것 같은데, 제가 기억하는 그 영화의 결말과 달리 이 영화는 비극이군요. 비극이라지만 시종일관 40년 후의 관객도 즐거워할만한 유쾌한 말장난과 시트콤 같은 상황 연출이 재밌습니다. 앵앵거리는 주인공들의 노래도 자꾸 들으니 애절한 맛이 나구요, 오버에 청승을 더한 양산백의 죽음씬과 축영태의 슬퍼하는 씬은 나름대로 심금을 울리더군요. 번개가 치면서 양산백의 무덤이 열리고 축영대와 함께 나비로 변하는 씬은 관객들의 함성+폭소가 극장을 가득 메운, 이 영화의 압권이었습니다.

축영대의 몸종으로 나온 여배우가 참 이뻤습니다.    (2003·07·13 22:14 )

 

獨臂刀 독비도 ★★★☆
directed by 장철(張徹) (Chang Cheh)  
naver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영화라는군요. 뭐 내용이야 뻔하고 무술씬은 조잡하지만 역시 나름의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개연성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고 뻔뻔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조차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더군요. 예를 들어 왼팔만 있는 외팔이된 펑강을 구해준 여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비급의 무술서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반쯤 타버렸고 남은 거라곤 마침 왼팔로 하는 검술에 관한 장 뿐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왕우는 자꾸 보니까 멋있습니다.  (2003·07·13 21:58)

 

 

報仇 복수 ★★★☆
directed by 장철(張徹) (Chang Ch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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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장철 영화의 절정이라고 말한다더군요. 특히 적룡이 죽음을 당하는 초반 격투씬은 마치 페킨파의 결투씬만큼이나 처절하고 아름다왔습니다.

하지만 강대위가 복수를 벌이기 시작하면 영화가 <다찌마와 리>로 돌변합니다. 볼룸 댄서의 옷처럼 소매가 나풀거리는 옷을 입고 8:2의 가르마를 유지하려고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는 장면에서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더군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사도 심금을 울립니다. "오늘은 심장이 더 크게 뛰는군요." 장철 팬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굉장히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2003·07·13 21:42 )

 

 

 

金燕子 금연자 ★★★☆
directed by 장철(張徹) (Chang Ch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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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실린, 쇼 브라더스 영화에 대한 정성일의 그 절절한 사랑고백을 읽기 전엔, 제가 계획한 올해 부천영화제 관람영화 중에 쇼 브라더스의 영화는  한 편밖에 없었습니다. 작년(재작년이던가...) 부천영화제에서 본 전설의 영화 <협녀>의 지루함과 촌스러움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저는 다시 피같은 돈을 제 취향이 아닌 영화에 투자할 의사가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결국 오늘까지 쇼 브라더스의 영화만 4편(한편은 예매해놓은 것을 까먹어 못봤습니다.-_-) 보았습니다. 정성일의 글은 그만큼 진심이 묻어있었고, 딱히 정성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심각한 척하는 영화평론가(물론 소시적의 그)를 그토록 매료시킨 쌈질영화가 도대체 어떤 모양새인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역시 영화의 격투씬은 조잡했고 배우들의 연기는 아무리 심각한 표정을 지어도 웃음만 나올뿐인 과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클라이막스를 치닫고 은봉이 최후의 결전을 치르며 온몸에 칼자국을 남길 땐 그 처절한 정서에 어느순간 동화되고 말더군요. 70년대의 관객들에겐 저 영화가 마치 제가 <첩혈쌍웅>을 보면서 느끼던 그런 감동을 준 영화였을거라는 짐작도 가구요.

<와호장룡>에서 푸른여우 역을 맡았던 정패패의 젊었을 적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 적 정패패는 와호장룡의 장지이보다 이뻤다'는 정성일의 말에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 있겠더군요.

이 영화보고 복사골문화센터 웨팅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같은 곳에 식사를 하러온 정.성.일.을 보았습니다. 배가 좀 나온 아저씨더군요. 아, 같은 테이블에서 밥먹었으면 좋았을껄...  (2003·07·13 21:41)

 

仁義なき戰い 의리없는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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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作欣二 후카사쿠 킨지의 73년작입니다.

패전 후 야쿠자들이 싸움질하는 영화입니다. 야쿠자 영화의 대표선수쯤 되는 영화라길래 궁굼했더랬습니다. 암투와 음모, 배신의 연속.. 대충 감이 잡히는 줄거리에 쇼킹한 비쥬얼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라 대체로 지루했지만, 핸드헬드로 찍어대는 폭력씬의 강렬한 현장감을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쇼브라더스의 영화 배우들의 오버질과 비교하면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쿨한 연기를 보여줬구요.   (2003·07·13 21:26)

 

 

 

Meshes of the Afternoon;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A ★★★
imdb    imdb

Maya Deren이 누군지 모르시죠? 저도 모릅니다. -_- 어쩌다 그녀의 단편 두개를 구해서 봤을 따름입니다.

1917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러시아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5살때 미국으로 망명했답니다. 그녀의 사정이 더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참고 하시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위영화입니다. 무성영화, 흑백영화구요.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알 수 없는 <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A >(Choreography는 발레의 무도법(舞蹈法)을 뜻한답니다. 남자 무용수들이 나와 숲에서 거리에서 춤을 추는 영화입니다)와 달리, < Meshes of the Afternoon >은 좀 흥미롭습니다. 어떤 여인네의 백일몽을 다루고 있는데, 얼굴이 거울인 정체불명의 캐릭터가 거리를 배회하며 은근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수화기가 내려진 전화, 나이프로 변하는 열쇠, 자신과 똑같이 생긴 두 명의 또 다른 자신 등 인상적인 씬들이 죽 나열되다가, 남편인 듯한 남자가 그녀를 깨웁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남자도 꿈속의 인물이지요. 아, 줄거리를 말하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쇼킹합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품에 안고 같이 보았던 문수도 나름대로 흥미있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

약오르시죠? 당신은 결코 이 영화를 볼 수 없을 겁니다. 나만 봤지롱.


p.s. Maya Deren은 의 음악을 담당한 Teiji Ito와 결혼했답니다. 일본 전통음악(?)의 그 묘한 단절감, 긴장감이 영상과 기묘하게 잘 연동하였더랬죠. 둘이 궁합이 잘 맞았던 걸까요? -_-

아래는 크리스틴 톰슨과 데이브드 보드웰의 <세계 영화사>에서 찾은 마야 데렌 관련 내용입니다.

... 마야 데렌은 전후 첫 10년간의 미국 실험영화를 규정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전시 동안 만든 두 편의 영화로 명성을 획득했으며 칸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미국 전위영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뉴욕의 극장을 임대해서 자기 영화를 영사하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협에 전단을 보내고 매혹적인 강의를 하는 등 지적인 대중이 예술적인 영화에 대해 새로운 경의를 표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

... 1940년대... 실험적인 서사 또한 지속되었는데 가장 중요하게는 대개 마야 데렌의 작업에서이다. 원래 데렌은 문예비평을 공부했으며 그러다 춤에 관심을 갖고 안무가인 캐서린 던햄 Katherine Dunham의 비서로 일했다. 던햄으로부터 데렌은 카리브 문화, 특히 아이티 Haiti의 춤과 종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1943년 데렌과 남편 알렉산더 하미드는 가장 유명한 미국의 전위영화가 된 <오후의 올가미 Meshes of the Afternoon>를 공동작업했다. 한 여성(데렌이 연기)이 거울얼굴을 가진 후드를 입은 인물과 일련의 신비한 대면을 하게 된다. 그녀는 방들을 통해 들어가 여러 인물로 분리되며 결국은 죽게된다.이 떠도는 주인공과 꿈의 구조는 몽환영화 trance film라고 불리게 되는 것의 관습들이었다. 영상들이 여주인공의 불안을 투사한 것이라는 강한 암시 또한 이후 미국 영화에 '심리드라마 psychodrama'라는 긴 계보를 낳게 한 출발점이었다. 양식적으로 <오후의 올가미>는 전위 전통에서 이미 이용된 바 있는 잘못된 시선의 일치를 통해 공간과 시간의 비사실적인 연속성을 창조하고 있다...  (2003·07·09 20:36 )_

Hulk 헐크 ★★★
directed by 이안
imdb    naver    듀나

저의 '2003년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리스트 -_-;'에는 아쉽게도 빠졌지만, 이안은 제가 무지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와호장룡>같은 영화를 한 편만 더 만들었어도 저 리스트에 올라갔을 겁니다. ^^;;;

특히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의 영화들이 좋습니다. <Ice Storm>은 <American Beauty>보다 더 신랄했으며, <Ride with the Devil>은 극동의 게으른 반미주의자조차 남북전쟁을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와호장룡>은 장만옥이 나오기만 했다면 완.벽.한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서늘한 냉소와 따뜻한 시선이 공존하고 특유의 유려한 카메라워크로 느릿느릿 뭔가 심연의 진실에 접근합니다. '헐크'는 제게 그저그런 미제 TV시리즈 주인공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이안이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순간, 제겐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 무척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Hulk>는 이안의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악평을 받는 영화일 것입니다. 특히 영화가 라스트로 치달으면 황당하기까지 한 설정에 얼이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이안의 감독으로서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길만큼 엉망인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초중반의 진행은 블록버스터로서는 너무 느려터졌지만, 어쩌면 그런 느릿함이 이안 영화의 인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할만은 다 하잖습니까? 또 저같은 非'헐크'팬도 '아, 헐크도 나름대로 맘고생을 하고 있었던거구나' 싶을만큼 그의 트라우마는 흥미로왔습니다. 영화의 라스트를 장식하는 헐크의 힘자랑은 블록버스터에 값하는 장관이었습니다. 헐크가 좀 비현실적이고 어설프게 생기긴 했지만 어차피 코믹북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인만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제니퍼 코넬리의 그 감동적인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 제가 이 영화에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멋있어지는 또 다른 배우인 닉 놀테의 강렬한 연기도 볼만 했구요.

결국 이 영화, 썩 재밌었습니다. 이 영화에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의 심정, 십분 이해가 가지만, 어쨌거나 제니퍼 코넬리가 나오시지 않았습니까? 진정들 해주세요.  (2003·07·09 20:19)

 

 

呪怨 주원 ★★★☆
naver    tojapan

영화판만 보고 이 영화를 구리다고 평가하는 건 에반게리온 극장판이나 엑스 파일 극장판만 보고 본편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영화로 제작되었다보니 극장판 영화로서는 적당하지 않은 스케일이지만, 비디오판을 즐겼던 사람들에겐 비디오판과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가면서도 비디오판이 말해주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까지 말해주는 서비스를 잊지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확보한 영화입니다. 그 새로운 사실이 뭔가는 스포일러니까 말할 순 없지만...

결국 저 집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 결국 귀신의 정체는 무엇인지라는 점이 극장판에서 명확해진 것인데, 사실 한시간 남짓한 런닝타임을 갖고 있던 비디오판 주원 1편만 봐서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고 2편을 봐야 비로소 알듯말듯 했더랬습니다. 저 집에 이사온 화목한 일가족 전원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하다못해 그 집 딸을 가르치던 과외선생(미인이었는데..)도 죽어가는데 왜 저런 이상한 귀신이 기어다니고 아이는 고양이 소리를 내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귀신의 정체를 알지 못해도 피해자 개개인이 직면한 공포는 충분히 강렬했기 때문에 공포 영화로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문제라면 똑같은 방식-그 집에 방문한다, 뭔가를 본다, 맛이간다-을 반복한다는 점인데, 그런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감독은 마치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처럼 영화속 시간과 공간을 분할하고 짜맞춥니다. 1편에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결국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저주의 순간이라는 것을 여러 단서를 통해 알려줍니다. 또한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직접 그 집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관련된 사람은 모두 죽습니다. <링>과는 달리 저주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극장판의 주인공처럼 보이던 그녀도 결국 죽게되지요. 촘촘한 저주의 올가미를 아무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원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시.공간을 비트는 감독의 솜씨입니다. 아버지가 저주의 순간에 장성한 미래의 딸을 본다든지, 기묘하게 선후관계가 안맞는 에피소드라든지, 이 모든 저주의 시작인 의처증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이 TV속 화면처럼 재현된다든지 하면서 단조로와지기 쉬운 내러티브에 다채로움을 부여합니다.

극장판은 비디오판과는 다른 점도 발견됩니다. 비디오판에는 줄곧 엄마귀신과 고양이 울음소리 내는 소년만 나오는데 반해, 극장판에는 저주의 대상이었던 희생자들의 귀신도 나옵니다. 확대되고 전염되는 저주지요.

말이 길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저주받은 집이라는 낡은 소재를 무척 새롭고도 독특하게 풀어낸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장면들이 충분히 무섭고 몇몇 장면들은 거의 쇼킹하기까지 합니다. 비디오판 2편에서 평화로운 아침식탁에서 벌어지는 폭행살인을 버드아이 시점에서 잡아낸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했습니다. 무서움을 피해 마지막 피난처처럼 파고든 이불 속에서 귀신히 빠꼼 쳐다보는 장면조차 안무서웠다면 도대체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이 무섭겠습니까?

만약 이 영화가 못만든 영화라고 생각된다면 그건 이 영화가 정말 못만든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공포영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것입니다. 이 영화는 충분히 강렬한 공포감을 주는 무척 잘만든 공포영화입니다. 구로사와 기요시나 나카다 히데오가 이 영화에 바친 찬사는 전혀 뻥이 아닙니다. (2003·07·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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