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 (1965)
이용민 감독

서울아트시네마가 안국에 있을 때 봤던 영화인데, 요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에서 편당 500원에 상영하고 있네요. 꽤 재밌으니까 시간날 때 보세요들. (영화를 보실 때, window media player를 버전 10으로 버전업하시고 보세요. 전 소리가 안 나와서 고생했습니다.)

일단 영화는 '무서울만한' 소재를 잔뜩 긁어 모았습니다. 소복입은 귀신, 검은 고양이, 저주받은 그림, 흡혈귀 등을 무리하게 영화속에 구겨넣다보니, 엉망진창인대로 또 나름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저게도대체  무슨 맥락이냐, 황당해지고 맙니다. 하긴 40년도 넘은 영화가 무서울리도 없거니와 남기남의 <천년환생>이 떠오르는 어이없는 장면도 한두번이 아니에요.

하지만 완성도를 문제삼는 부적절한 짓은 하지 맙시다. 공포영화로 감상하기 불가능하다고 해서 이 영화를 즐길 수 없는 건 아니지요. 이 영화, 졸~라게 웃겨요. 특히 문어체로 읊어대는 대사의 묘미가 기가 막힌데,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서울아트시네마의 어둠속에서 깔깔 대고 웃었던 "아휴, 구슬같은 땀!"같은 대사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건 떠질 눈이 아니야!" 같은 대사들은 영화 끝나면 무슨 유행어처럼 일상대화에서 꼭 써먹어 보고 싶어질만큼 뇌수에 깊이 박혀버립니다. 옥구슬 하나로 고양이 귀신을 때려잡는 장면은 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요. 하지만 압권은 역시 '청진기사건'이겠군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나 영화속 묘사도 꽤 자극적입니다. 젊어서부터 수절한 과부 할머니가 젊은 의사와 바람은 피우는데 그 장면이 상당한 수준(?)의 노출씬과 함께 공들여 묘사되구요, 당대의 여배우 도금봉 여사도 후반부에 한번 웃통(?)을 벗어제낍니다. 구타당해 눈알이 튀어나오는 꽤 쇼킹(?)한 장면도 등장합니다. 쓸데없이 액션씬도 많구요, 어설프긴하지만. 당대엔 '完全成人暎畵'였을 거에요, 아마.

영화사에 길이남을 걸작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화이지만 무척 웃기는 영화입니다. 강추! 안보면 니 손해!

ps. 도금봉 여사 이쁜 건 모르겠는데, 식모(?)로 나오는 그 여배우는 색기 좔좔, 상당히 이쁘더군요.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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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 El 엘토포 ★★☆
Directed by Alejandro Jodorowsky
imdb

우리 모두 이 전설적인 영화의 소문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만,  딱히 취향이 이쪽이 아니라면 저처럼 굳이 이제와서 이 영화를 찾아봐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뭔가 굉장히 심각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는 건 알겠는데, 30년도 훨씬 넘은 지금 보자면 예술가적 자의식에 도취된 끝도 없는 오버질로 보일 따름이에요.

전에 동아리방에서 삐짜비디오테입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자막이 영어여서 뭔말인지 모르겠다, 싶었거든요. 한글 자막으로 다시 봐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는군요. 뭔가 매혹되는 부분이 있다면 <Holy Mountain>도 보려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안드는군요.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보고 깜짝 놀랐는데, 배우 중에 알폰소 아라우가 있더군요. 맞아요, 그 사람이랍니다.

(200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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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Directed by Zack Snyder
imdb

이딴 영화에 뭔가 정치적 올바름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환 한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는 영화였어요.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다 보고 나면 허무해집니다.

이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점점 지루해집니다. 전투씬의 강렬함도 처음 몇 씨퀀스가 전부에요. 끝에서 두번째 생존자가 최후의 생존자에게 "대왕과 함께 죽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같은 얼빠진 대사를 치며 죽는 장면에서 콧방귀가 나올 지경이구요.

무지하게 기대를 하고 있던 영화였는데 실망했습니다. <씬 시티 2>나 다시 기다려야겠어요.

왕비가 여러 유혹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정절'을 지켰다고 관객에게 '일러바치는' 얼빠진 장면은 왜 꼭 그렇게 영화속에 구겨넣어야 하는지, 내 참. (200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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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 El 남쪽 ★★★
Directed by Víctor Erice
imdb

<벌집의 정령>으로 유명한 스페인 감독 빅토르 에리세의 영화입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고 있는 <스페인 영화제>의 상영작이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귀여운 여자애가 강간 당하는 영화" 일 것 같아 보러갔는데, 다행히 그런 좆같은 장면은 안 나왔습니다만, 대신 졸린 영화더군요. 스페인 내전 어쩌구 저쩌구... 영화 속 영화도 많이 나오구요.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라든가... 영화제에서 상 많이 받을 것임에 분명한 그런 영화... 뭐 이것저것 아름다운 장면이 많긴 했지만...
elsur.jpg
코딱지만한 사진 밖에 구할 길이 없습니다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아, 귀여운 딸 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면 스페인어권 영화도 영화도 꽤 많군요. 알모도바르는 말할 것도 없고... 보르헤스도 스페인어로 소설 쓰지 않았던가요? 배우고 싶은 언어, 일순위가 일본어였는데, 그건 대충 맛을 봤으니까 '스페인어'를 배워야겠어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일본어도 결국 맛은 봤으니까 스페인어도 결국 맛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 그게 되서 강남쪽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면 말이죠, 강남역 교보문고 근처에 스페인어 전문학원이 있던데 말이죠...

역시 스페인 여자에 대한 환상 때문이겠죠. 일본 여자에 대한 환상이 일본어를 배우게 된 가장 큰 동기였던 것처럼... 음.... (2007.03.08)

1. 올드 미스 다리어리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7794

예지원한테 장가가고 싶어요.

2. Casino Royale ★★★☆ http://imdb.com/title/tt0381061/

007시리즈는 저에게 언제나 '코미디'를 의미했는데, 이 영화는 썩 재밌었습니다. 여전히 제임스 본드는 개새끼라고 생각합니다만... 에바 그린의 가슴에 깔려 질식사 하고 싶어요.

3. Rocky Balboa ★★★★ http://imdb.com/title/tt0479143/

영화의 감동은 만듦새나 심오한 주제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닐 겁니다. 아무리 뻔하다고 말이 안되는 설정이라 해도 거기에 인생의 무게가 얹혀지면 <록키 발보아>처럼 감동적인 영화가 되는 걸테지요. 전 보다가 거의 울 뻔했습니다.

아무리 개마초라 해도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노인네라면 존경해줘야 합니다. 너네들은 저렇게 멋있게 늙을 자신 있어?

4. 타짜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7723

소문대로 김혜수, 죽이네요.




Little Miss Sunshine 미스 리틀 선샤인 ★★★☆
Directed by Jonathan Dayton & Valerie Faris
naver    imdb

이건 본 지 좀 된 영화인데, 귀찮아서...

호평이 자자한 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아, 콩가루 집안 이야기라니, 설정부터가 정남이가 떨어져서 계속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선댄스 쯤 되니까 화해무드 같은 낯뜨거운 결말은 아닐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콩가루가족' 이야기라니... 평범한 얘기 좀 하면 안되나, 싶은 반발심에... 근데 수희언니께서 재밌다고 하시길래 큰 용기를 내어서(?) 봤습니다.

영화는 썩 재밌었어요. '가족'이 중심이 되는 얘기도 아니었구요. '루저'의 얘기이고 뭔가를 쉽게 해결하고 용서하며 손쉬운 결말을 내지 않는 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우리 귀염둥이 올리브의 공연 장면은 정말 재밌었어요. <어바웃 어 보이>의 공연장면 정도일까요... 적어도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얼빠진 댄스공연 보단 훨 진실해 보였습니다.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인데 한글 제목은 <미스 리틀 선샤인>이군요. 저 미묘한 차이는 무엇인가요?

(2007.02.12)

たそがれ淸兵衛 황혼의 사무라이 ★★★☆
감독 : 山田洋次  야마다 요지
jmdb    naver    imdb

간만에 씨네큐브에서 영화 한 편 땡겼습니다.

근사한 포스터와 달리 본격 칼싸움 영화는 아닙니다. 딱 두 번, 칼싸움을 보여주긴 하는데 그닥 멋을 부린 장면도 아니구요. 사무라이이기 보다 농부이고자 했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평단과 관객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사무라이' 영화라는 장르적 이유가 아니라, 주인공 이구치가 오늘날의 '아버지'와 겹쳐지는 그 현재성에 있을 것입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그 때문에 자신을 돌볼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아버지. '조직'에 묶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이나 신념과는 반대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 가족을 사랑하며 소박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그런 모습들이 지금의 '아버지'들의 일상의 모습이나 고민과 많이 닮아 있어 시대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선 감동을 주는 것일 테지요. 

그렇지만 이구치가 현실의 '아버지'상과 100% 겹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구치는 재능과 인격을 갖춘 완벽한 인물이에요. 당대의 검객과 합을 겨룰 수 있는 뛰어난 사무라이일 뿐만 아니라, 가난에 찌들려 살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출신양명의 욕망도 드러내지 않는,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간입니다. 자식과 노모에게는 상냥하고 다정한 아버지구요. 이렇듯 완성된 인간으로 설정된 이구치이기에, 영화는 흡사 호의적이지 않은 시대나 환경에 처한 영웅적 인물의 좌절을 그린 비극처럼 보입니다. 이구치의 죽음도 역사적 격변과 무관하지 않구요. 하지만 가난 때문에 이러저러한 수모를 겪고 일생의 소망이었던 여인과의 결혼도 할 수 없었던 이구치가 한결같이 자신의 가난한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욕망과 회한과 분노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아버지'가 이 땅 위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이 영화가 이구치을 통해 묘사하는 '이상화된 아버지상'이 묵직한 감동과 함께 잃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 비슷한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구치 정도면 '영웅'이지 결코 평범한 아버지가 아닌 거지요.

이구치의 시종 쯤으로 나오는 배우는 '바보'역 전문인가보군요. 작년에 보았던 <무능한 사람>이란 영화에서도 바보로 나와 혀짧은 소리를 내었었는데... 요고 역의 타나카 민 이라는 사람은 팜플렛에 의하면 '세계적인 무용가'라는군요. 어쩐지 이구치 칼에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의 몸부림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어요. <메종 드 히미코>의 그 게이 할아버지랍니다.

'산타페'의 여인 미야자와 리에의, 노화의 징후가 드러나는 얼굴은 약간 안스럽더이다.  (2007.02.11)



The Constant Gardener 콘스탄트 가드너 ★★★★
Directed by Fernando Meirelles
imdb    naver

<콘스탄트 가드너>나 <불편한 진실>같은 영화를 볼까말까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보고 나면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정치적 채무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영화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지금의 저처럼, 영화 잘 보고 자판이나 두들기는 짓은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라는 걸, 저부터가 잘 알고 있어요. 제길, 바로 이 기분 때문입니다. 아예 모른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제 생각만 할 뿐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극중 '테사'는 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요.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그런 상황이 개선되도록 직접 행동에 나섭니다. 결국 죽임을 당하지만. 온화하고 체제지향적인 그녀의 남편 저스틴도 진실을 대면한 후,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에 나섭니다. 이 영화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다가 그만 슬그머니 잊고 마는 제 자신이 그냥 부끄러울 따름이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은 안 부끄러운가요?

영화가 폭로하는 제약회사와 구호기관, 각국 정부간의 검은 커넥션은 충분히 상상가능한 일이고, 또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런 추악한 '장사', 한두번 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강렬한 정서적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는 설득력있는 프로파겐더 영화인 만큼이나 애절한 로맨스이기 때문입니다. 연인의 부재를 견딜 수 없어 자살까지 하고 마는 설정은 정통 멜로물에서도 드물잖아요, 요즘은.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사랑'은 부담스런 주제를 무게감을 덜기 위해 첨가한 양념같은 게 아닙니다. '사랑'은 저스틴이 위험한 음모를 끝까지 파헤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되었고 결국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누가 세상이 '바뀔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합니다. 이로써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은 인류애 차원으로 확장되고 그들의 비극에 어떤 숭고함을 부여합니다. 테사가 죽임을 당한 자리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저스틴의 뒷모습처럼 슬프고 가슴아픈 장면을 최근엔 본 기억이 없네요.

테사가 난잡한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초반의 의구심은 저스틴 뿐만 아니라 저까지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눈 앞에 아내/여주인공의 죽음이 있고 밖에선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인체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판에 아내/여주인공의 확신할 수 없는 '부정(不貞)'에 동요하다니... 같은 자괴감에 빠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질투와 분노에 휩싸이게 되더군요. 영화는 물론 그녀가 '결혼의 서약'에 충실했음을 '굳이' 밝혀 저스틴/관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줍니다. 만약 그녀가 그녀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다면 우리는, 적어도 남자 관객들은 테사의 희생과 저스틴의 사랑에 충분히 감동할 수 있었을까요?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전작  <시티 오브 갓>를 재밌으면서도 불쾌해하며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영화가 별볼일없는 자극적인 '액션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콘스탄트 가드너>는 정말 잊기힘든 강렬한 인상의 영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네요.

랄프 파인즈의 섬세한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레이철 웨이즈의 정열에 찬 연기도 멋집니다. 저 멋진 배우가 왜 <미이라>같은 헐리웃 영화에선 그따위 바보같은 꼬라지를 보여줬는지... (2007.02.04)



Apocalypto 아포칼립토 ★★★
Directed by Mel Gibson
naver    imdb

의미를 알 수 없는 영화군요. 왜 저렇게 잔인하게 영화를 만드는 걸까요? 멜 깁슨이야 뭔가 원대한 예술가적 포부가 있었겠지만, 제게는 원주민들의 야만적 문화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자는 수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 마치 '구원자'처럼 등장하는 스페인인가의 군인들을 들어 이 영화를 서구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미화로 해석하는 것도 오버겠지만, 이 끔찍한 살육의 풍경에서 어떤 현재성을 찾는 것도 넌센스 같아요. 그냥 고어버전의 액션영화일뿐.

다시한번 Film 2.0의 얘기를 하자면, 경이로 가득찬 추격씬같은 소리를 하던데, 그냥 오래 냅다 뛸 뿐이지 딱히 놀랍지도 않더군요. 여튼 오버가 심해요 Film 2.0도. 이젠 고만 속아야지.

사실 이 영화의 고어씬은 소문만큼 강도가 쎄지 않습니다. 요즘이야 <Saw 3>처럼 심한 고어장면이 들어간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고 하는 세상이잖아요. 고어씬 자체의 충격보단 수많은 원주민들이 인신제물 의식에서 보이는 집단적인 광기가 더 끔찍했어요. 멜 깁슨은 아시다시피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감독이고 그런 살인의식도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극적 과장같은 것도 있겠지만, 저런 끔찍한 의식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원주민은 '야만인'으로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야만성이 서양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없어지지 않았을 것인가, 하는 점은 분명치 않지만...

대규모 군중씬이 나오고 세트도 어마어마한데 제작비가 4천만 달러 밖에(?) 안들었다니, 영화 제작비 중 스타 배우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주인공인 '재규어의 발'의 아내로 나오는 여배우, 참 이쁘더군요. Dalia Hernandez라는 배우군요. 데뷔작인가봐요. 근데 다른 배우들은 원주민답게 훌렁훌렁 벗고 나오시는데, 이 배우는 장신구로 착실하게 가슴을 가리고 있어서 전혀 볼 수가 없어요. 아, 고증에 충실하라니까! (2007.02.02)

叫 절규 ★★★☆
감독 : 黑澤淸 쿠로사와 키요시 (구로사와 기요시)
naver
    imdb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챙겨본 유일한 영화입니다. 꽤 기대했던 영화에요. 영화도 영화지만 키요시사마가 지난 수요일 '감독과의 대화'를 위해 오신다잖아요. 진작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으나 관람료가 '1만원'이라고 해서 뭔가 전산착오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미루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접속해보니 매진이더군요. 아... 먼발치에서나마 뵙고 싶었는데... ㅠㅠ 그건 그렇고, 아무리 좋은 취지의 영화제라지만 '감독과의 대화'를 한다는 명분으로 4천원이나 더 많이 받다니, 좀 어이가 없더군요.

<절규>는 꽤 쉬워보이는 영화입니다. 키요시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애매한 부분도 없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부조리하지 않구요. 영화의 결말부에 가면 일련의 살인사건에 대한 동기와 요시오카(야큐쇼 코지 분)의 환각에 대한 설명까지 모든 게 깔끔하게 설명이 됩니다. 잘짜인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아요. 키요시의 공포영화치고는 흔치 않은 케이스 아닌가요? 때문에 영화는 썩 재밌어요. 별로 무섭지는 않아도. 

<절규>가 쉬워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원혼의 한풀이'라는 전형적인 동양 호러 영화의 소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속 살인사건의 동기가 개인적 원한관계로 환원되는 거지요. 하지만 거기엔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이 있습니다. 애인도 가족도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을 이용할 뿐인, 뭐 그런 원자화, 고독감, 무관심... 이딴 뻔한 메시지를 제 입으로 전하려니 낯뜨겁군요. 직접 보시길... 

키요시의 영화를 '무서워서' 보는 사람은 없겠죠. <절규> 역시 거의 안 무섭습니다. 유령이 자주 나오지만, 유령이 나오기까지가 으시시하지, 일단 나오고 나면 전혀 무섭지 않아요, 이번에도. 키요시의 유령이 안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끼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령>이나 <도플갱어>에서처럼 말이에요. <회로>에서는 어땠던가?... 그런 맥락에서 <절규>의 마지막 살인씬-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꽤 의외였습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규칙을 노골적으로 차용한, 키요시답지 않은 장면이었거든요. 네트net이든 사악한 나무이든 오컬트적인 심령의 효과든, 뭔가 초월적인 존재의 의지가 평범한 사람에게 설명하기 힘든 '감화'를 일으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키요시 영화의 일반적인 패턴이었으니까요.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지만, 거기서 유령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질 것이라고 저는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어, 어쩔라고 저러지 저러지...?' 싶으면서도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키요시의 유령이 안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물론 키요시의 의도이겠지만, 전혀 귀신답지가 않아서겠지요. 그 흔한 특수효과랑 하나없이 단지 조명만으로 '얘는 귀신'이라고 소개를 하는 판이니 무서울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명색이 공포영화인데, 저렇게 무성의하게까지 유령을 등장시키다니... 뜬금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꽤 웃겼답니다.

키요시의 비관적인 세계관은 <카리스마>나 <회로>에서 보듯이 결국 '세계멸망'으로 치닫고는 하지요. <절규>에는 키요시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선의에 찬 인간(?)이 등장하고 그녀로 인해 요시오카도 관객도 잠시 위안을 받지만, 그녀도 결국 떠나버리고 '너희들도 죽어'라는 유령의 저주와 함께 세계는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듯 합니다.  마지막 장면, 요시오카가 걸어가는 그 황량한 거리 위로 <회로>에서처럼 폭격기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키요시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절규>의 공포는 태반이 '배경'에서 나옵니다. 어두침침한 방안과 무채색의 거리풍경. 요즘 일본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던데 <절규>에서는 여전히 암울하군요. 버블시대에 짓다만 건물들이 아직도 내팽겨쳐져 있고 지진은 시도때도없이 일어나고...

배우에 대해 말하자면... 야쿠쇼 코지는 선량한 듯 하지만 언제 폭력적으로 변할지 모른 '광기'를 품고 있는 불안정한 캐릭터를 언제나처럼 잘 연기해 주고 있구요. 조연이지만 오다기리 죠도 나옵니다. 하루네 역의 小西真奈美 코니시 마나미로 말할 것 같으면... 쳐다만 보고 있어도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영화속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200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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