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Blank 포인트 블랭크 ★★★☆
Directed by John Boorman
imdb

'모호함'은 이 영화의 핵입니다. 사실 영화의 모호함은 요령부득의 결말을 대충 수습하기 위한 안이한 전략일 경우가 많습니다. <텔 미 썸딩>의 경우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의 모호함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입니다. 그 모호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구요.

'모호함'이 강조되다보니 장르 영화로서의 매력은 상실했습니다. 자신의 돈과 부인과 생명까지 앗아간 배신자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은 전혀 하드보일드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리 마빈이 연기한 워커는 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친구와 대면하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에선 어떤 분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어요. 표면상 이 모든 범죄 행각의 동기는 '돈'을 되찾자는 거지만, 맹목적이기만 할 뿐, 정말 돈을 회수해야겠다는 강렬한 의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치 특정한 행동패턴이 회로로 짜여진 로봇처럼 그냥 돈을 돌려줄 사람을 쫓아디닐 뿐입니다. 심지어 영화속의 한 인물이 그에게 묻습니다. 기껏 9만 달러 때문에 이런 소동을 일으키고 다니냐고. 그에 대해 워커는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돈을 달라고 우겨대기만 하지요. 결정적으로 그는 결국 되찾은 자신의 돈을 챙겨가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의 모호함은 표면상의 줄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영화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가령 이 모든 내용들이 죽기 직전의 워커의 환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총맞은 이후부터 알카트라츠 섬으로부터의 탈출까지의 과정을 감독은 의도적으로 생략했습니다. 관객은 총맞아 의식이 가물가물한 워커와 이후 쌩쌩하게 살아서 도시를 활보하는 워커만을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알카트라츠를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여행가이드의 목소리를 영화에 삽입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일 것입니다. 가장 모호한 부분은 라스트 씬입니다. 섬찟할 정도에요. 버즈 아이 뷰로 조직 보스의 시체를 잡은 크레인 숏인데, 카메라는 패닝하면서 멀리 떨어진 '알카트라츠 섬'(?)을 줌 인하여 보여줍니다. 영화 설정상 그 보스의 시체가 있는 섬이 알카트라츠 섬이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관객이 본 장면들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요?

이 영화의 또다른 모티브는 '반복'입니다. 영화 시작부터 반복된 이미지-총맞고 자빠지는 워커-를 보여줍니다. 워커는 그가 직면하는 각 상황마다 영화가 이전에 보여준 장면들을 회상-가령 누워있는 처제를 보고 비슷한 포즈로 누워있던 아내를 생각한다든지-합니다. 그런 회상씬은 영화의 시공간을 혼란시켜 영화의 '모호함'을 한층 조장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현금을 강탈하기 위해 워커가 다시 알카트라츠를 방문하는 장면-도입부에서 워커는 동일한 목적으로 알카트라츠에 숨어들었다가 총을 맞죠-은 영화 전체를 처음으로 회귀시키는 듯한 효과를 가져와, 영화를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쯤되면 영화가 < Sixth Sense > 같은 반전을 보여준다고 해도 왠지 납득이 갈 겁니다.

애매하고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썩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2004·05·18 02:16)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TITLE (K)  포인트 블랭크
 
TITLE (E)  Point Blank
 
DIRECTOR  존 부어맨   John Boorman
 
ADDITION  1967  | 92min  | 미국  | color | 출연: 리 마빈, 앤지 디킨슨, 키넌 윈, 캐롤 오코너, 로이드 보크너, 존 버넌  

컬러 시대에 만들어진 필름누아르의 최고 걸작. 도둑인 워커는 친구 리즈가 자신을 배신하고 돈과 아내를 빼앗아간 사실을 알고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이를 위해 범죄조직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집요한 추적을 시작한다. 돈 시겔의 <킬러>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리 마빈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멜 깁슨 주연의 <페이 백>(1999)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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