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제 개인적인 취향과 달리 류승완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에서 봤습니다. 이 영화에 관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극장에서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구요. 하지만 한편으론 어색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류승완은 뭔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영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잖아요. 탄탄한 시나리오나 복잡한 스토리, 현란한 말빨과도 거리가 있는 사람이구요. 특정 장르의 영화를 감독하는데 대단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가 사회와 제도 같은 것을 2시간짜리 영화에 담아낼만큼 진지하고 비판적인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본 <부당거래>는 대단한 영화더군요. 사법기관과 경찰조직에 대한 직업적 묘사가 실제와 얼마나 유사한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적으론 굉장히 박력있게 묘사됩니다. 조폭부터 청와대에 이르는 거대한 그림도 뭔가 '핵심을 찔렀다'는 설득력이 있구요. 다들 짐작은 하고 있던 그들만의 더러운 커넥션을 보란듯이 까발리는 데에는 통쾌감도 느껴집니다. 저런 식의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의 결말도 크게 다를 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구요. 다소 오버하는 듯한 음악도 스피디한 전개와 어울려 경쾌한 리듬감을 만듭니다. 한마디로 멋진 영화였어요!

 

류승범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양아치 느낌이 강해서 싫어하는 배우였는데, 의외로 '검사'라는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군요. 아마도 제가 '검사'라는 인간들에 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양아치'라는 인간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큰 차이가 없어서겠지요.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류승범이 "대한민국 검사를 어떻게 보고..." 따위의 좆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눈알을 부라릴 때, 뭔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법이고 정의고 싹 무시하고 자기 욕망대로 움직여도 결국엔 '승자'로 살아남잖아요. 저런 식으로 살 수 있다면 산다는 게 졸라 신나지 않겠어요? 씨발... 

감독 : 류승완

 

(2010.11.04)

 

 

 

 

 

전 이 영화를 최적의 조건에서 감상했습니다. 관객이 저말고는 아무도 없는, 12시 25분에 시작하는 심야상영으로 보았거든요.

 

전 겁도 꽤 많아, 영화를 혼자 봐야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 결국 뭔가 자신을 '단련'하자는 각오로 보았습니다.

 

근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굉장히 안 무서운 영화였거든요.

 

영화 내용에 과도하게 감정이입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줄곧 "저건 영화야."라며 자기암시를 했던 때문일까요. 뻔한 트릭과 단순한 설정, 평범한 연기, ... 밤 열두시에 큰 극장에서 혼자 봐도 될만큼 심심한 영화였어요...

 

 

라고 말하면 뻥일지도 모르겠군요. 마지막 10분쯤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인만큼 마지막 시퀀스는 꽤 으시시합니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바꿔놓은 극장판 엔딩은 너무 전형적이어서 한심한 느낌이더군요. 동영상 파일로 확인한 오리지널 엔딩이 훨씬 그럴듯합니다.

 

 

 


 

 

 

여튼 대체로 실망인 영화였습니다.

 

 

아... 졸라 오랜만의 낙서였습니다. 사는게 바쁘다보니 영화도 거의 못 보내요. 아직 <아바타>도 못봤어요...

 

Paranormal Activity 파라노말 액티비티 ★★★

Director : Oren Peli

imdb

 

 

 (2010.02.02)

 

 



Tokyo Sonata 도쿄 소나타 ★★★

감독 : 쿠로사와 키요시 黑澤淸

naver     imdb

 

쿠로사와 키요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긴 하지만, 글쎄요... <도쿄 소나타>는 그닥 재밌지 않더군요. 평범하고 안전합니다. 일탈로 치닫던 가족들은 최후의 선을 결코 넘지 않고 회복불가능할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습니다. <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도쿄 디럭스> 정도로 막 나아가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싱거울 필욘 없잖아요? 그러고보면 키요시의 공포영화들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듯 절망적인 결말인 반면, 안 공포영화는 대체로 희망적으로 끝맺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군요. 심지어 <인간실격>에서처럼 주인공이 죽어도 말이죠. 이 간극이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키요시의 영화에서 보고 싶어한 건 아닙니다. 압도적인 절망감에 휩싸여 세상의 종말을 맞이한다! 는 게 키요시의 영화에 대한 저의 이미지거든요. 한마디로 <도쿄 소나타>는 너무 심심한 결말이었어요.

 

하지만 그 심심한 결말을 향해 진행되는 영화의 모양새는 제법 공포스럽습니다.  색감이 부족한 실내 혹은 주택가의 풍경은 <절규>의 짓다만 건물들처럼 황량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묘하게 생동감 없는 인물들은 좀비처럼 비척대며 왔다갔다 하고 키요시 영화의 인물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설명하기 힘든 돌발적인 행동이라도 할 듯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자, 이쯤 되면 귀신 한 마리가 등장해주셔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데... 안타깝게도 안 나와주시는군요.

 

사실 키요시는 가령 그 구직센터의 어두운 계단 장면 같은 것을 뭔가 그로테스크하고 암울하게 묘사할 작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직난이 일본보다 훨씬 더 한 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닥 절망적일 것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도쿄 소나타> 의 가장에게 닥친 문제는 뭐랄까, 중산층으로서의 '품위'가 유지되기 힘든 것이지 생존 자체의 위험은 아니지요. 눈을 낮춘다면 초라할망정 한 가족 건사할만한 직장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 모든 소동 끝에 결국 그 가장이 새로운 업무를 "프로의 방식 やり方"으로 해나간다는 결말에 이르면 허무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기업 관리직이었던 사람이 쇼핑몰 청소부가 되는 과정이 그렇게 지난하고 공포스런 몰락인가요? 음... 글쎄요... 한번도 작정을 하고 구직을 해 본 적도, 그리고 남보란듯이 폼나는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도쿄 소나타>에서 가장 공포스런 부분은 세계 평화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큰아들의 황당한 인식체계입니다. 뭐 이런 병신같은 놈이 다 있는지... '미국이 일본을 지켜주고 있으니까, 그런 미국을 도와, 구체적으론 미군으로 입대하여 중동에 파병되는 것이 일본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것'이라는 소리를 해댑니다. 일본의 젊은 것들은 정말 저렇게들 생각하고 있나요? 혹시 우리나라 젊은이들 중에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 저런 황당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입대하겠다는 큰아들의 선택에 수긍하게 되는 건 다음 한마디 때문입니다. "미국은 관두고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큰아들은 되묻습니다. "뭘 하면 좋은데? (일본에서) 뭘 할 수 있겠어? 何をやればいいんだよ?"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미군이 다른 국적의 젊은이들의 입대를 허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모병을 한다면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직업군인으로 입대할 한국의 젊은이들이 꽤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무슨 이유를 들어 그들을 말릴 수 있겠습니까?

 

반가운 얼굴이 많이 나옵니다. 코이즈미 쿄코는 엄마로서도 환상적이시군요. 쿄코 여사는 <텐텐>에서도 엄마(?)역할을 하시더니, 이젠 엄마 역할밖에 할 수 없게 된 건가요? 이가와 하루카(재일교포라는군요...)는 최근에 얼굴에 메스를 대었나요? 인상이 조금 바뀐 듯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야쿠쇼 코지도 나와주시는데... 허허... 그냥 웃지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큐어>에서 "당신은 누구입니까?"만큼이나 무서운 대사더군요. 그래, 당신은 뭘 잘하십니까?

 

피아노에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난 소년이라니... 키요시 영화에서 일상성을 운운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이 무슨 뜬금없는 설정이란 말입니까?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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