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감독 : 봉준호

 

보는 내내 '영화, 정말 잘 만드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흠잡힐만한 건덕지가 하나라도 있던가요? 어떤 영화도 완벽한 만듦새로 찍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봉준호라는 이름이 제겐 거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수준의 신뢰감을 주는군요. 어여 <설국열차>도 완성해주시길...

 

먼저 보고 오신 제 어머니가 결말을 홀랑 말해주신 바람에 사건의 전말을 다 알고 갔습니다만, 직접 보니 모성애니 가족애니 하는 끈적거리는 단어가 더욱 징글맞게 느껴졌습니다. 모성이 갖고 있는 위험하고 비열한 일면을 목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경험이더군요.  <마더>가  <괴물>이나 <살인의 추억>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이런 불펀함 때문일 테구요. 가령 모성애를 여성의 삶을 옥죄는 굴레로 묘사했다면 비록 논쟁적일지언정 관객 입장으로선 좀 더 쉽게 수긍할 수 있을테지요. 하지만  <마더> 속 김혜자의 행동은 어떤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에 매우 불편해지는 종류의 것입니다. 일종의 신성모독이니까요. 모성은 윤리를 초월하는/할 수도 있는 신성한 본능이라는 생각이 많은 애미/애비/자식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웃기는 생각입니다. 본능에 '신성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다니! 신성한 식욕, 신성한 꼴림, ... 웃기잖습니까?

 

모성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이유는, 그 강한 울림 앞에서 당사자도 제3자도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자식을 위해 뭐든지 해야한다/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설득력을 갖는 것이지요. 기껏해야 자신과 남편의 유전자에 관계된 매우 사적인 이해관계일 뿐인데도 말이에요. 마치 개인의 생물학적 본능이 사회적 합의나 윤리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개인적 신념 혹은 이해관계를 절대화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떳떳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 등에서 고래고래 전도를 하는 개독교인들이나 노무현 영정사진을 전리품처럼 손에 들고 환하게 웃음짓는 북파공작원 패거리들같은 사람들요. 온정주의, 연고주의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데도 모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못한다는 점이 모성의 무서운 점입니다. 저처럼 누구의 애비가 아닌 사람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에요. 

 

제 어머니는 제가 원빈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죄값을 치러 마땅하"기 때문에 절대 도와주지 않으실 거라고 말씀하시네요. 투표때면 민노당만 찍으시고... 우리 어머니, 멋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원빈같은 얼굴에 '동네바보'라니... 열심히 노력했다는 건 알겠지만 역시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함들군요. 옛날 저희 '동네바보'는 저렇지 않았아요. 훨씬 못생겼고 더럽고 야비하고 위험했습니다.

 

너 엄마없니? 엄마없어? (2009.06.27)

  1. 알반 2013.07.23 02:58


    2011.02.04


    역시, 난 선배가 이렇게 생각할줄 알고 마침 마더 TV 방송 보자마자 선배 찾았잖아요. 저 정말 어이없었던게,, 마더 보고나서 모성애는 참 위대한거 같애 요런 말을 감상이라고 하던 모모들..... 저는요 선배님 얘기처럼 신성한 모성에 늘 거부감이 지나쳐서 정상인간들에게는 그 포비아를 숨기고 살았는데 이영화 보고 완전 위로받았어요 봉준호 감독 진짜 사랑스러워요. 왜 나는 모성애=강요 라는 생각일까요. 아 저는 원빈 캐스팅 괜찮았어요. 얼굴이 좀 약간 모자라보이게 생겼어요.(아 이거 혹시 모욕에 해당하나 ㅠ) 근데 생각보다 실제론 덜 모자라는지, 영화도 잘 고르고, 똑똑한가봐요. 근데 특히 왜 김혜자여사님이 진구 신고한날 밤에 집에서 진구랑 여사님이랑 둘이 있는 장면 뒷통수 제대로지 않아요? 진짜 천재 같아요.

    • Cocteau Ozu 2013.07.23 02:59 신고

      2011.02.04

      아... 내가 그시절 무슨 얘기를 하고 다녔기에... 딱히 저에 대해 잘못 생각하신 것 같지는 않지만...

      모성애 위대...는 정말 아닌 거 같네요. 전작들과의 연속성을 생각해본다면, 여자라면 모성애! 같은 신화를 파괴하겠다는 페미니즘적인 입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합리성,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집단이기주의... 뭐 그런 것들의 원인의 하나로 모성애라는 소재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어요. 가만 생각해보면 <살인의 추억>에서 수사 당시 송강호는 자식이 없었는데, 그 모든 사건을 포기하고 개인사업을 하는 마지막 부분에선 자식들이 밥상에 앉아 있었고, <플란다스의 개>에선 출산을 앞둔 김성재가 뭔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비슷한 기분으로 교수직에 돈을 지불하잖아요. 봉준호는 가족이란 현실을 외면하는 것에 대한 자기변명, 혹은 사회적 부정에 동참하는 계기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 왔던 게 아닐까요. <괴물>에서 고아성이 자기희생을 통해 어린애를 구하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하지만, 그 가족 자체가 비전형적인 형태였기 때문에, 그 희생이 모성애의 발로라기보다 뭔가 종교적인 희생처럼 느껴지는 것 같구요.



      모성애=강요 라는 건, 모성애 자체가 아니라, 가족 구성에 대한 강요, 혹은 가족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강요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자식을 낳았다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 막중한 책임의 상당부분을 국가나 지역사회가 대신할 수도 있고, 가족내부에선 남자가 더 많은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을 여성에게 떠맡기는 게 문제겠지요. 그런 시스템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혹은 그런 과도한 희생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결혼을 하지 않으면, 또 그것대로 비난받거나 결혼을 종용당하게 되구요. 허허... 그러고보니 그런 종류의 압력이 굉장히 심할 나이가 되셨겠네요... 아닌가...? 혹시 결혼을 했나요? 그런 소식은 들을 바가 없는데...



      사실 모성애의 신성함에 뭐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거부감을 나타내는 건 '사회인'으로서 별로 도움되는 일은 아닐꺼 같긴 하네요. 저야 남자인데다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할만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라서... 어쩌면 자식의 앞날을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지금 저의 고객님들에겐 배신감을 줄지도 모르겠네요... 호호...



      진구와의 그 공포스런 대면도 재밌었지만, 전 첫 시퀀스, 김혜자가 길가에 서있는 원빈을 불안해하며 쳐다보다가 뛰쳐나가고 어쩌고 하는 장면이 더 인상에 남네요. 어릴적에 동네에 바보 없었나요? 나 어릴적엔 동네마다 한 명씩 있었는데... 저희 동네 바보를 떠올리면 원빈 캐스팅이 너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어요. 정말 더럽고 야비했고 못생겼고 위험했다니까요, 그 바보는. 그러고보니 원빈이 좀 맹~한 표정이긴 하네요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Director:Michael Bay

http://www.imdb.com/title/tt1055369/

 

(당신이 남자라면) 당신도 그러셨겠지만, 저 역시 <트랜스포머>를 환장하면서 보았습니다. 범블비가 어떤 놈이랑 싸우고 나서 무슨 공장 같은 곳의 언덕에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보곤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씨바, 어릴적 꿈꿔오던 '움직이고 싸움도 하고 어쩌고 하는 로봇'을 직접 볼 수 있게 되다니... 마이클 베이에게 엎드려 절이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아 글쎄 로봇이 살아 움직인다니까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그 화려한 예고편을 보며 전 또 잔뜩 기대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심지어 '합체'까지 한다는군요! 아, 이를 어째... 개봉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하지만... 직접 보니... 놀랍게도 거의 지루하기까지 하더군요. 등장하는 로봇의 수와 전투씬의 규모와... 등등이 전편보다 세 배 정도 커졌는데도 영화는 이상하게 지루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러티브나 뭐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거에요. 엉성하긴 <트랜스포머>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일단 한 번 겪고보니 로봇이 살아움직인다는 게 대수롭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바꿔말하면 결국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로봇이 살아움직이는 것 말고는 볼 게 없는 영화라는 얘기일테구요. 로봇의 디자인이 너무 복잡해서 그것들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일 것입니다. <킹콩>에서 킹콩이 3마리의 공룡과 싸우는 장면이 직접 연상되는, 옵티모 프라임과 나쁜놈 로봇의 육탄전이 특히 그러했어요. 블루레이로 반복해 돌려보라는 취지일까요? 뭐 어쨌든 굉장하기는 했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두 배 정도 큰 규모였으며 블록버스터의 미덕을 90%  정도 갖춘 영화였습니다. <다크 나이트>라는 영화가 있었잖아요.

 

미군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멋지게 그려내는 영화는 본 기억이 없군요. 전편보다 더 막강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고 지구를 지키기는데 나름 일조를 합니다. 등장하는 무기들을 보면 미군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을 것 같더군요. 저 최첨단의 막강한 화력을 갖춘 비행기, 항공모함, 탱크 기타 등등이 실상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인다는 걸 생각하니, 씨바, 인간이 졸라 싫어지는군요. 군시절, 기갑부대에서 근무했던 저는 동계 훈련을 마치고 자대복귀하는 수십대의 탱크를 바로 눈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그야말로 지축을 울리며 수십 드럼의 석유를 바닥내며 돌진하는 저 어마어마한 쇳덩어리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는 물건이라는 것을 떠올리곤 몸서리쳤던 기억이군요. 씨바... 인간은 미쳤어요. 망해버려도 당연.

 

메간 폭스는... 아...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일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009.06.26)

Director:Sam Raimi

http://www.imdb.com/title/tt1127180/

 

저처럼 샘 레이미를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이블 데드> 시리즈나 <크라임 웨이브>의 감독으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현란한 카메라웤, 저렴해뵈는 분장을 한 유령들의 깜짝쇼, 잔인한 유머 등에 키득대고 있자니 대학초년 시절 <이블 데드>를 처음 영접하던 순간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더군요. 무척 즐거웠습니다.

 

<스파이더맨> 따위 개나 줘버리고 계속 이런 영화나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만...

 

엔딩 크레딧을 보니 Raimi 집안 사람인 듯한 이름이 많이 보이더군요.

 

브루스 캠벨은 안 나옵니다.

 

Here kitty, kitty, ...
(200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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